[인턴액티브] '차량 쌩쌩' 전용도로서 안전모만 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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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자유로 청소 현장에 가보았다
지난 26일 오전 고양시 제2자유로 능곡IC 부근.
고속화도로 청소부 최영석(가명·40대)씨가 좌우를 몇 번 살핀 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갔다.
제2자유로 중앙 화단 근처에 놓인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서였다.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제2자유로에서 청소 작업을 하면서도 안전장비라곤 안전모밖에 갖추지 않은 최씨가 위태로워 보였다.
"저희는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 동물 사체, 쓰레기 등을 치우는 일을 해요.
도로에 버려진 물건을 치워서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거예요.
그런데 일할 때마다 제가 사고를 당할까 봐 겁이 나요.
" 고속화도로는 고속도로처럼 횡단보도나 신호등 없이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다니는 곳이어서 청소 작업 중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2015년 10월 9일 졸음운전을 하던 운전자의 과실로 청소부 정모씨가 사망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제1자유로 행주대교 구간에서 과속운전 차량이 가드레일을 받은 후 청소 중이던 김모씨를 치어 사망케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파주시 자유로 탑골 IC 부근에서 동물 사체를 치우는 작업을 준비하던 한 청소부도 운전자 과실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최씨와 함께 제2자유로를 맡아 청소하는 노진환(가명·30대)씨, 유창현(가명·50대)씨는 "연이은 안전사고에도 위험 요소로 가득한 근무 환경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을 포함해 총 4명이 제2자유로 중 덕양구 능곡IC부터 상암동 구룡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고속화도로를 관리한다.
이들은 갓길이나 도로에 떨어진 쓰레기를 수거한다.
동물 사체, 타이어 등 교통사고 후에 남은 차량 부품, 천막이나 나무판자와 같이 트럭에서 떨어진 적재물을 수거하는 역할도 한다.
고속화도로 청소 작업을 할 때는 일명 '가이드 차량'이 청소 노동자 뒤를 느린 속도로 따라간다.
도로 위 운전자들에게 청소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를 줄이려는 것.
그러나 최씨 등은 가이드 차량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씨는 "사측에서 배포한 안전 매뉴얼에는 가이드 차량을 불러 놓고 작업을 해야 안전하다고 나와 있다"며 "그러나 제2자유로를 맡은 팀들이 운용할 수 있는 가이드 차량이 소수인데 가을철이면 시내 낙엽 청소에 동원되고 겨울엔 차량 부품이 얼까 봐 (회사가) 내 주질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최씨는 "(가이드 차량 없이) 작업 중일 때 도로를 지나던 차량 운전자가 갑자기 창문을 열고 '계신지 몰랐다',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잘 안 보였다'라고 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갓길의 폭이 좁은 도로가 많고 터널과 같이 어두운 곳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이드 차량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인 1조로 해야 하는 구간별 갓길 청소를 혼자 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1명이 청소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1명은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경광봉을 흔들어 도로 위 운전자들에게 청소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하지만 인력 문제로 혼자 청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씨는 "5월 사망한 파주시 위탁업체 소속 청소부는 가이드 차량이 따라붙은 상태에서 2인 1조로 작업을 하던 중 운전자 과실로 변을 당했다"며 "이렇듯 안전에 신경을 써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우리 같은 상황은) 더욱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씨 등이 속한 업체에 하청을 준 고양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고속화도로 청소는 가이드 차량과 근로자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월 2회 안전 교육을 시행하고 안전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안전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지켜달라고 하청업체에 지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 수칙이 잘 지켜지는지를 하청업체 측에 확인하고, 근로자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로 청소 노동자는 고위험 직업군이지만 오히려 임금이 삭감됐다.
고양시가 7월 입찰을 통해 하청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전체 용역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는 민주연합노조 소속 자유로 청소 노동자들이 고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을 삭감한 고양시를 규탄하기도 했다.
제1자유로 고속화도로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윤재남(36)씨는 "고양시의 엉터리 행정으로 임금이 삭감됐다"며 "노면 청소차 운전원은 기존보다 월 19만원, 자유로 청소원은 월 36만원 정도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고양시의회 장상화 의원은 "2015년에는 고속화도로 청소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2건이나 발생했고 올해도 파주시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노동자들이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임금이 삭감됐지만 시는 임금 보전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국민 안전 및 생명 관련 업무 종사자는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대로 자유로 청소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며 "한꺼번에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 로드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에 고양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경기도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이 변경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임금 보전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주시는 청소 노동자들을 시가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의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파주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규칙을 더 세밀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청소 노동자들의 소속을 시에서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의 직원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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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 26일 오전 고양시 제2자유로 능곡IC 부근.
고속화도로 청소부 최영석(가명·40대)씨가 좌우를 몇 번 살핀 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갔다.
제2자유로 중앙 화단 근처에 놓인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서였다.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제2자유로에서 청소 작업을 하면서도 안전장비라곤 안전모밖에 갖추지 않은 최씨가 위태로워 보였다.
"저희는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 동물 사체, 쓰레기 등을 치우는 일을 해요.
도로에 버려진 물건을 치워서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거예요.
그런데 일할 때마다 제가 사고를 당할까 봐 겁이 나요.
" 고속화도로는 고속도로처럼 횡단보도나 신호등 없이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다니는 곳이어서 청소 작업 중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2015년 10월 9일 졸음운전을 하던 운전자의 과실로 청소부 정모씨가 사망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제1자유로 행주대교 구간에서 과속운전 차량이 가드레일을 받은 후 청소 중이던 김모씨를 치어 사망케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파주시 자유로 탑골 IC 부근에서 동물 사체를 치우는 작업을 준비하던 한 청소부도 운전자 과실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최씨와 함께 제2자유로를 맡아 청소하는 노진환(가명·30대)씨, 유창현(가명·50대)씨는 "연이은 안전사고에도 위험 요소로 가득한 근무 환경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을 포함해 총 4명이 제2자유로 중 덕양구 능곡IC부터 상암동 구룡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고속화도로를 관리한다.
이들은 갓길이나 도로에 떨어진 쓰레기를 수거한다.
동물 사체, 타이어 등 교통사고 후에 남은 차량 부품, 천막이나 나무판자와 같이 트럭에서 떨어진 적재물을 수거하는 역할도 한다.
고속화도로 청소 작업을 할 때는 일명 '가이드 차량'이 청소 노동자 뒤를 느린 속도로 따라간다.
도로 위 운전자들에게 청소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를 줄이려는 것.
그러나 최씨 등은 가이드 차량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씨는 "사측에서 배포한 안전 매뉴얼에는 가이드 차량을 불러 놓고 작업을 해야 안전하다고 나와 있다"며 "그러나 제2자유로를 맡은 팀들이 운용할 수 있는 가이드 차량이 소수인데 가을철이면 시내 낙엽 청소에 동원되고 겨울엔 차량 부품이 얼까 봐 (회사가) 내 주질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최씨는 "(가이드 차량 없이) 작업 중일 때 도로를 지나던 차량 운전자가 갑자기 창문을 열고 '계신지 몰랐다',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잘 안 보였다'라고 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갓길의 폭이 좁은 도로가 많고 터널과 같이 어두운 곳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이드 차량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인 1조로 해야 하는 구간별 갓길 청소를 혼자 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1명이 청소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1명은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경광봉을 흔들어 도로 위 운전자들에게 청소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하지만 인력 문제로 혼자 청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씨는 "5월 사망한 파주시 위탁업체 소속 청소부는 가이드 차량이 따라붙은 상태에서 2인 1조로 작업을 하던 중 운전자 과실로 변을 당했다"며 "이렇듯 안전에 신경을 써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우리 같은 상황은) 더욱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씨 등이 속한 업체에 하청을 준 고양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고속화도로 청소는 가이드 차량과 근로자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월 2회 안전 교육을 시행하고 안전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안전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지켜달라고 하청업체에 지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 수칙이 잘 지켜지는지를 하청업체 측에 확인하고, 근로자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로 청소 노동자는 고위험 직업군이지만 오히려 임금이 삭감됐다.
고양시가 7월 입찰을 통해 하청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전체 용역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는 민주연합노조 소속 자유로 청소 노동자들이 고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을 삭감한 고양시를 규탄하기도 했다.
제1자유로 고속화도로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윤재남(36)씨는 "고양시의 엉터리 행정으로 임금이 삭감됐다"며 "노면 청소차 운전원은 기존보다 월 19만원, 자유로 청소원은 월 36만원 정도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고양시의회 장상화 의원은 "2015년에는 고속화도로 청소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2건이나 발생했고 올해도 파주시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노동자들이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임금이 삭감됐지만 시는 임금 보전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국민 안전 및 생명 관련 업무 종사자는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대로 자유로 청소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며 "한꺼번에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 로드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에 고양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경기도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이 변경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임금 보전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주시는 청소 노동자들을 시가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의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파주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규칙을 더 세밀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청소 노동자들의 소속을 시에서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의 직원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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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