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수출·설비투자 중심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
"미중 무역분쟁,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아래 내년 경제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경기 흐름과 관련해 "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연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주열 "국내경기, 바닥 다지는 중…성장 모멘텀 강하진 않아"(종합)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2%에서 2.0%로 낮췄고 내년 전망치는 2.5%에서 2.3%로 내렸다.

이 총재는 "앞으로 다소간의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중반께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할 것으로 보이고, 정보기술(IT) 업황이 개선된다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에 비춰보면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그렇지만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과 관련해선 "최근 양국 간 1단계 협상 타결 여지가 생기며 상당 폭 완화했다"며 "앞으로 미중 분쟁이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전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선 "전문기관들은 내년 중반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만 활황을 보였던 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회복 정보는 강하지 않다고 해도, 내년 중반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느냐 하는 것이 관련 전문기관들의 예측"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이외 양적완화 정책을 고려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금리정책 대응 여력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금리정책의 여력이 소진된다면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 활용 방향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현재는 특정 수단을 염두에 두지 않고 주요국에 도입된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폭넓게 살펴보는 단계"라고 답했다.

또 "현재 우리 기준금리 수준이 아직은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시위, 미중 분쟁 등의 대외 이슈가 금리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그는 "환율변동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국내금융과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책 운용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 동향과 관련해 "가계의 레버리지가 높고, 부동산 시장으로의 신용공급이 이미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며 "부동산 또는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유입 확대 등으로 금융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은 경각심을 갖고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