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마약 보고서]⑤ '약쟁이' 비난·처벌로는 문제 못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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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사범은 '엄벌', 단순 투약자는 '치료재활' 분리대응 필요
탐사보도팀 = 한국의 마약 대응 시스템이 노출한 또 다른 문제점은 마약 투약자와 판매·유통 사범을 모두 '약쟁이'로 싸잡아 비난하고 엄벌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마약 투약 사범과 이익을 목적으로 마약을 만들어 팔거나 공급한 경우를 엄격하게 구분해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2년간 마약 중독자들을 경험해온 중독 문제 전문가인 윤현준 서강대 인사랑연구소 본부장(사회복지학 박사)은 "약물 사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약물 정책은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약물 사용 자체를 범죄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해 왔다"고 설명했다.
2017년 필로폰 중독으로 10년간 수감생활을 한 중독자가 청와대 앞에서 치료를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한 것을 계기로 시민단체 '회복연대'를 조직해 운영해온 윤 박사는 "그동안 우리는 약물 사용자에게 도덕적으로 타락했따는 낙인을 찍고, 중독된 경우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대응해왔다"고 덧붙였다.
윤 박사는 단순 투약 행위를 범죄 영역에서 분리해 가볍게 처벌하는 대신, 촘촘한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응한 포르투갈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단순 투약자들에 대해서는 벌금 등 낮은 수준의 행정처분을 하고, 전문가들에게 어떤 형태의 대응이 재활에 효과적이고 필요한지를 판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포르투갈은 단순 투약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회사에 고용 비용의 50%를 1년간 지원해 주기도 했다.
포르투갈은 2001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당시에는 우려가 더 컸지만, 2015년쯤 성공적인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도 주목하게 되었다는게 윤 박사의 설명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마약류 대책협의회 위원인 박진실 변호사도 투약자와 공급자를 엄격하게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 변호사는 "수익을 낼 목적으로 마약을 공급한 사람들에게는 (당국이) 끊임없이 단속하고 끝까지 수익을 추적해 몰수하며, 사회적 폐해에 대해서는 양형을 높일 수 있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류 중독자들을 코너로 몰아붙이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도 중독자들의 회복과 사회 복귀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20년간 마약 중독자로 살다가 지금은 약을 끊고 회복 중인 이동욱 DH 동현건설 대표는 "친구가 동네 선배와 같이 술을 마시다가 내 안부를 물었는데 그 선배가 '그 약쟁이?' 이렇게 말했다더라구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답답하죠"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중독자를 돕고자 시민단체 '회복연대' 활동을 조직할 때에도 이런 편견의 벽에 부딪혔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표는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약쟁이' 같은 소리를 들으면 자꾸 숨게 된다"면서 "중독자들이 사회에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투약자들이) 왜 지탄을 받고 회사에서 쫓겨나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윤 박사는 "2012년께 마약 투약 혐의를 받던 배우 C씨를 잠깐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은 상담을 계속 받고 싶어 했는데, '약을 못 끊어서 계속 상담을 받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힘들어 했다"고 기억했다.
윤 박사에 따르면 C씨는 이후 상담을 중단했고, 몇 년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 실장은 "마약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다.
멀쩡하게 잘 살아온 대학생, 회사원도 많고 가정주부도 마약사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한국의 마약 대응 시스템이 노출한 또 다른 문제점은 마약 투약자와 판매·유통 사범을 모두 '약쟁이'로 싸잡아 비난하고 엄벌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마약 투약 사범과 이익을 목적으로 마약을 만들어 팔거나 공급한 경우를 엄격하게 구분해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2년간 마약 중독자들을 경험해온 중독 문제 전문가인 윤현준 서강대 인사랑연구소 본부장(사회복지학 박사)은 "약물 사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약물 정책은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약물 사용 자체를 범죄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해 왔다"고 설명했다.
2017년 필로폰 중독으로 10년간 수감생활을 한 중독자가 청와대 앞에서 치료를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한 것을 계기로 시민단체 '회복연대'를 조직해 운영해온 윤 박사는 "그동안 우리는 약물 사용자에게 도덕적으로 타락했따는 낙인을 찍고, 중독된 경우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대응해왔다"고 덧붙였다.
윤 박사는 단순 투약 행위를 범죄 영역에서 분리해 가볍게 처벌하는 대신, 촘촘한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응한 포르투갈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단순 투약자들에 대해서는 벌금 등 낮은 수준의 행정처분을 하고, 전문가들에게 어떤 형태의 대응이 재활에 효과적이고 필요한지를 판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포르투갈은 단순 투약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회사에 고용 비용의 50%를 1년간 지원해 주기도 했다.
포르투갈은 2001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당시에는 우려가 더 컸지만, 2015년쯤 성공적인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도 주목하게 되었다는게 윤 박사의 설명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마약류 대책협의회 위원인 박진실 변호사도 투약자와 공급자를 엄격하게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 변호사는 "수익을 낼 목적으로 마약을 공급한 사람들에게는 (당국이) 끊임없이 단속하고 끝까지 수익을 추적해 몰수하며, 사회적 폐해에 대해서는 양형을 높일 수 있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류 중독자들을 코너로 몰아붙이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도 중독자들의 회복과 사회 복귀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20년간 마약 중독자로 살다가 지금은 약을 끊고 회복 중인 이동욱 DH 동현건설 대표는 "친구가 동네 선배와 같이 술을 마시다가 내 안부를 물었는데 그 선배가 '그 약쟁이?' 이렇게 말했다더라구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답답하죠"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중독자를 돕고자 시민단체 '회복연대' 활동을 조직할 때에도 이런 편견의 벽에 부딪혔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표는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약쟁이' 같은 소리를 들으면 자꾸 숨게 된다"면서 "중독자들이 사회에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투약자들이) 왜 지탄을 받고 회사에서 쫓겨나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윤 박사는 "2012년께 마약 투약 혐의를 받던 배우 C씨를 잠깐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은 상담을 계속 받고 싶어 했는데, '약을 못 끊어서 계속 상담을 받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힘들어 했다"고 기억했다.
윤 박사에 따르면 C씨는 이후 상담을 중단했고, 몇 년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 실장은 "마약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다.
멀쩡하게 잘 살아온 대학생, 회사원도 많고 가정주부도 마약사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