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마약 보고서]④ 재범률 36%인데…중독 치료·재활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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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프로그램에 '치료'는 없어…치료 보호기관 16곳 중 5곳 '진료 불가'
미수금 못 받아 치료기관 '반납' 하기도…전문가들 "단속 처벌 위주 정책 바꿔야"
탐사보도팀 = 마약을 끊지 못한다는 건 중독자의 삶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그런 와중에 체포되면 재범이 된다.
한 번 마약사범이 됐던 사람이 약의 유혹을떨치기란 쉽지 않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마약류 사범(1만2천613명) 중 4천622명(36.6%)은 다시 마약류 범죄를 저질렀다.
마약류 사범 3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은 중독자에서 범죄자로 범죄자에서 다시 중독자로 돌아오는 악순환 속에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독자를 치료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마약 수요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마약 범죄도 줄이기 어렵다.
20여년간 필로폰 중독 생활을 해오다가 최근 4년간 약을 끊고 지내는 이동욱 DH 동현건설 대표는 이른바 '약쟁이'로 살던 시절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것이 '끊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한다.
절대 혼자 힘으로는 마약을 끊지 못하기 때문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끊기 힘들지만 그래도 끊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런 사람 있으면 만나 물어보고 싶었어요.
너무 답답하니까.
자살도 몇 번 시도했어요.
(내가) 자살할 것 같으니까 여동생이 교도소라도 보내야겠다는 심정으로 경찰에 신고했어요.
끊을 수 있다면, 끊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랑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마약사범의 2.3%만 국가지원 치료 대상…중독자 치료·재활은 '뒷전'
중독과 재범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들을 치료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마약사범을 치료하는 국가 차원의 제도는 '치료 보호'와 '치료 감호'가 있다.
치료 보호는 마약류에 대한 정신적ㆍ신체적 의존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입원 또는 통원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약사범(중독자)이 자발적으로 신청할 수도 있고 검찰이 전문 기관에 의뢰할 수도 있다.
치료감호는 실형 집행에 앞서 감호소에 수용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검사가 법원에 청구해야 진행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약물치료 제도의 활용도는 극히 낮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 1만2천613명 중 치료 보호와 치료감호 대상은 296명(2.3%)에 그쳤다.
중독자가 자발적으로 신청한 경우(262건)를 제외하면 검사가 의뢰 또는 청구한 치료 실적은 총 34건으로 전체 마약류 사범의 0.2%에 불과하다.
마약류 사범 중 공급 사범(6천436명)을 제외한 투약 사범(6천177명)만 놓고 봐도 검찰의 치료감호 조치 비율은 0.6%에 불과하다.
조성남 법무부 치료감호소장은 "치료 제도가 있지만 이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라면서 "치료 보호를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검찰이 마약사범에게 치료를 강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치료 가능성이 있다면 교도소에 보내기보다 치료 감호를 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치료 보호나 치료 감호보다 선호하는 것은 일정 시간 교육을 전제로 기소 자체를 미루는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다.
그런데 기소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진행되는 교육이란 것이 의학적인 치료 없이 상담 위주로 진행된다.
검찰은 2017년에 722명, 지난해에는 470명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중독자들은 이 제도가 마약류 중독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치료 보호 프로그램을 수강한 적이 있는 A(37)씨는 "마약 범죄자가 나오는 영화를 보거나 마약의 유해성에 관해 설명을 듣는 것이 고작"이라며 "수강생들은 강의 시간에 졸기 일쑤지만 강사나 감독관이 제재하지 않는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그냥 시간만 보내는 거였다"고 말했다.
윤세영 북부 변호사법률사무소 형사팀장(변호사)은 지난 20년간 마약 대응 체계는 전혀 바뀌지 않은 채 마약사범 수만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마약사범을 별도로 관리하고 치료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처럼 마약이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회정화 차원에서 본다면 이런 노력이 절대로 예산 낭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마약류 대책협의회 위원인 박진실 변호사는 "투약 사범은 공급 사범 검거의 발판으로만 삼아야지 이들을 계속 범법자로 낙인찍어 처벌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마약사범은 6년을 형을 살고 나와서도 또 마약에 손을 댄다"면서 "그런 경우 강도·살인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는데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대검찰청은 치료 보호조건 기소유예 제도가 전문 치료기관의 부족, 과중한 치료비 부담 등 이유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은 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대검찰청은 올해부터는 기소유예 기준을 완화하고, 최소 2개월의 치료를 강제하고 보호 관찰관이 이를 관리·감독하는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를 도입해 치료 재활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예산 부족에 치료·보호 프로그램도 '개점 휴업'…16곳 중 5곳 즉시 진료 불가
치료와 재활을 위한 시스템은 태부족인데 그나마 예산 부족으로 치료 시설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연합뉴스가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기관으로 지정된 전국 16개 민간 병원에 입원 치료 및 외래 진료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5곳은 즉각적인 진료가 어렵거나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상권의 A 병원은 "약물중독 환자 진료 사례가 아예 없다"고 밝혔고, 충청권의 B 병원은 "외래 진료는 가능하지만, 병실이 부족해 입원 치료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에서 의뢰하는 환자만 진료가 가능하다거나 병상은 있지만 입원 환자가 많아 최소한 1∼2주는 (입원을 위해) 대기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진료에 난색을 보이는 병원도 다수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부족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고도 치료비를 받지 못해 아예 업무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마약 중독자를 치료해온 을지대학교 강남을지병원은 지난해 7월 마약류 중독환자 치료 보호기관 자격을 반납했다.
조성남 전 강남을지병원장(현 법무부 치료감호소 소장)은 "환자의 요청으로 병원이 지원신청을 하면 서울시 치료 보호 위원회가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치료가 이뤄지고 비용은 나중에 병원이 청구하는 구조"라면서 "시에 할당된 예산이 없는데도 일단 치료 승인을 해줘 외상으로 (치료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독 환자를) 치료하면 할수록 미수금이 쌓여 수억 원에 달했다.
결국 더는 마약류 중독 환자 치료를 할 수 없어서 치료 보호 기관 자격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을지병원이 중독 환자를 치료하고도 시에서 받지 못한 치료비 미수금은 2017년 기준 5억원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와 함께 지자체의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을지병원의 경우 내년도 예산이 배정되면 밀린 진료비를 모두 상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수금 못 받아 치료기관 '반납' 하기도…전문가들 "단속 처벌 위주 정책 바꿔야"
탐사보도팀 = 마약을 끊지 못한다는 건 중독자의 삶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그런 와중에 체포되면 재범이 된다.
한 번 마약사범이 됐던 사람이 약의 유혹을떨치기란 쉽지 않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마약류 사범(1만2천613명) 중 4천622명(36.6%)은 다시 마약류 범죄를 저질렀다.
마약류 사범 3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은 중독자에서 범죄자로 범죄자에서 다시 중독자로 돌아오는 악순환 속에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독자를 치료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마약 수요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마약 범죄도 줄이기 어렵다.
20여년간 필로폰 중독 생활을 해오다가 최근 4년간 약을 끊고 지내는 이동욱 DH 동현건설 대표는 이른바 '약쟁이'로 살던 시절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것이 '끊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한다.
절대 혼자 힘으로는 마약을 끊지 못하기 때문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끊기 힘들지만 그래도 끊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런 사람 있으면 만나 물어보고 싶었어요.
너무 답답하니까.
자살도 몇 번 시도했어요.
(내가) 자살할 것 같으니까 여동생이 교도소라도 보내야겠다는 심정으로 경찰에 신고했어요.
끊을 수 있다면, 끊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랑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마약사범의 2.3%만 국가지원 치료 대상…중독자 치료·재활은 '뒷전'
중독과 재범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들을 치료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마약사범을 치료하는 국가 차원의 제도는 '치료 보호'와 '치료 감호'가 있다.
치료 보호는 마약류에 대한 정신적ㆍ신체적 의존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입원 또는 통원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약사범(중독자)이 자발적으로 신청할 수도 있고 검찰이 전문 기관에 의뢰할 수도 있다.
치료감호는 실형 집행에 앞서 감호소에 수용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검사가 법원에 청구해야 진행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약물치료 제도의 활용도는 극히 낮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 1만2천613명 중 치료 보호와 치료감호 대상은 296명(2.3%)에 그쳤다.
중독자가 자발적으로 신청한 경우(262건)를 제외하면 검사가 의뢰 또는 청구한 치료 실적은 총 34건으로 전체 마약류 사범의 0.2%에 불과하다.
마약류 사범 중 공급 사범(6천436명)을 제외한 투약 사범(6천177명)만 놓고 봐도 검찰의 치료감호 조치 비율은 0.6%에 불과하다.
조성남 법무부 치료감호소장은 "치료 제도가 있지만 이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라면서 "치료 보호를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검찰이 마약사범에게 치료를 강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치료 가능성이 있다면 교도소에 보내기보다 치료 감호를 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치료 보호나 치료 감호보다 선호하는 것은 일정 시간 교육을 전제로 기소 자체를 미루는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다.
그런데 기소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진행되는 교육이란 것이 의학적인 치료 없이 상담 위주로 진행된다.
검찰은 2017년에 722명, 지난해에는 470명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중독자들은 이 제도가 마약류 중독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치료 보호 프로그램을 수강한 적이 있는 A(37)씨는 "마약 범죄자가 나오는 영화를 보거나 마약의 유해성에 관해 설명을 듣는 것이 고작"이라며 "수강생들은 강의 시간에 졸기 일쑤지만 강사나 감독관이 제재하지 않는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그냥 시간만 보내는 거였다"고 말했다.
윤세영 북부 변호사법률사무소 형사팀장(변호사)은 지난 20년간 마약 대응 체계는 전혀 바뀌지 않은 채 마약사범 수만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마약사범을 별도로 관리하고 치료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처럼 마약이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회정화 차원에서 본다면 이런 노력이 절대로 예산 낭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마약류 대책협의회 위원인 박진실 변호사는 "투약 사범은 공급 사범 검거의 발판으로만 삼아야지 이들을 계속 범법자로 낙인찍어 처벌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마약사범은 6년을 형을 살고 나와서도 또 마약에 손을 댄다"면서 "그런 경우 강도·살인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는데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대검찰청은 치료 보호조건 기소유예 제도가 전문 치료기관의 부족, 과중한 치료비 부담 등 이유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은 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대검찰청은 올해부터는 기소유예 기준을 완화하고, 최소 2개월의 치료를 강제하고 보호 관찰관이 이를 관리·감독하는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를 도입해 치료 재활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예산 부족에 치료·보호 프로그램도 '개점 휴업'…16곳 중 5곳 즉시 진료 불가
치료와 재활을 위한 시스템은 태부족인데 그나마 예산 부족으로 치료 시설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연합뉴스가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기관으로 지정된 전국 16개 민간 병원에 입원 치료 및 외래 진료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5곳은 즉각적인 진료가 어렵거나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상권의 A 병원은 "약물중독 환자 진료 사례가 아예 없다"고 밝혔고, 충청권의 B 병원은 "외래 진료는 가능하지만, 병실이 부족해 입원 치료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에서 의뢰하는 환자만 진료가 가능하다거나 병상은 있지만 입원 환자가 많아 최소한 1∼2주는 (입원을 위해) 대기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진료에 난색을 보이는 병원도 다수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부족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고도 치료비를 받지 못해 아예 업무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마약 중독자를 치료해온 을지대학교 강남을지병원은 지난해 7월 마약류 중독환자 치료 보호기관 자격을 반납했다.
조성남 전 강남을지병원장(현 법무부 치료감호소 소장)은 "환자의 요청으로 병원이 지원신청을 하면 서울시 치료 보호 위원회가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치료가 이뤄지고 비용은 나중에 병원이 청구하는 구조"라면서 "시에 할당된 예산이 없는데도 일단 치료 승인을 해줘 외상으로 (치료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독 환자를) 치료하면 할수록 미수금이 쌓여 수억 원에 달했다.
결국 더는 마약류 중독 환자 치료를 할 수 없어서 치료 보호 기관 자격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을지병원이 중독 환자를 치료하고도 시에서 받지 못한 치료비 미수금은 2017년 기준 5억원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와 함께 지자체의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을지병원의 경우 내년도 예산이 배정되면 밀린 진료비를 모두 상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