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차영훈 PD "임상춘 작가 대본 그대로 구현하려 노력"
"지상파 위기, 드라마 본령에 충실함으로 극복 가능"
한류스타를 전면에 내세우는 호화 캐스팅도, 수백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제작비도 없었지만 시청률 20%를 넘기며 전 세대에게 골고루 사랑받은 비결은 뭘까.

차영훈 PD는 28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이 거둔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임상춘 작가의 대본을 꼽았다.

차 PD는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2016)에서도 임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차 PD는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배우들과 농담으로 라디오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연기를 못하거나 연출을 못하면 대본이 이상해질까 봐 부담이 느껴질 만큼 좋은 이야기였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대본을 읽었을 때) 받은 감동을 최대한 시청자 여러분께 전달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며 "그런 대본을 연출자로서 만날 수 있는 건 행운이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위기, 드라마 본령에 충실함으로 극복 가능"
'동백꽃 필 무렵'은 케이블과 종편, 해외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들의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로 '지상파 위기론'이 불거진 가운데 성공을 거뒀다.

TV 앞에 앉지 않는 2030 세대를 다시금 안방극장 안으로 불러들인 작품이기도 했다.

차 PD는 "'동백꽃 필 무렵'은 드라마의 본령에 가까워질수록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감히 생각한다"며 "더 공감을 일으키고 더 감동을 줄 수 있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을 때 지상파건 케이블이건 모바일이건 어떤 매체로라도 즐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지상파 극복 위기도 그런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본을 투입해서 '억' 소리 나게 만들지 않더라도 공영방송 가치를 구현하면서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게 지상파 방송사가 해야 할 의무"라며 "KBS 내부에서도 재원 확보와 기획력 강화를 통해 '김과장', '동백꽃 필 무렵' 같은 강소 드라마를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상파 위기, 드라마 본령에 충실함으로 극복 가능"
차 PD는 주연배우 공효진과 강하늘에 대해 "재능과 천재성을 가진 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극 중 동백의 아들 필구를 연기한 아역 배우 김강훈에 대해서도 "필구는 아이의 순수함과 남자다움, 배려, 눈물, 이 모든 걸 표현해야 해서 우리 드라마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인데 김강훈 군이 오디션에서 압도적이었다.

드라마를 하는 중에도 압도적으로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유승호, 여진구 계보를 잇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주연뿐 아니라 옹산 마을 주민 캐릭터에도 사연을 부여하며 소외 계층을 보듬었다.

차 PD는 특별한 신스틸러로 배우 김선영을 꼽았다.

그는 "배우의 명성에 비해 조금 작은 역할일 수도 있는데, 좋은 대본이라는 확신을 갖고 참여해주셨다"며 "작은 역할을 본인이 크게 만들어줬고, 드라마에서 존재감 있게 표현해줬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위기, 드라마 본령에 충실함으로 극복 가능"
차 PD는 '동백꽃 필 무렵'의 주제를 "평범하고 작은 소소한 영웅들의 선의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에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편견은 누구에게나 있다"던 그는 "편견을 이겨낼 힘도 내 안에서 찾아야 하고 우리 모두에겐 그런 단초가 있다.

노력하고 공감한다면 그런 의지들이 발현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동백꽃 필 무렵'은 가상의 마을 옹산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동백(공효진 분)의 이야기를 담은 가슴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마지막 회 평균 시청률은 21.7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올해 KBS 미니시리즈 중 최고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