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국가가 기업들 돈벌이를 위해 국민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2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용정보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과 함께 ‘데이터 3법’의 하나다. 여야 모두 국회 통과를 약속한 법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만장일치 관행 탓에 지 의원 한 사람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아직도 상임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 의원 주장의 핵심은 ‘소득세, 재산세, 4대 보험료 등 실명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제공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주장 그대로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법 조항을 꼼꼼히 보면 다르다. 지 의원이 문제삼는 신용정보법 23조 2항은 ‘신용정보주체의 신용도·신용거래능력 등의 판단에 필요한 신용정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현재는 신용정보기관에 건강보험, 국민연금, 전기요금 납부 등의 내역만 제공된다. 예컨대 은행은 이런 정보에 근거한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고객의 대출 금리 및 규모를 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소득세, 재산세, 4대 보험료 등으로 신용정보를 확대했다. 지금까지 세금 체납, 파산 등 부정적 기준으로 개인의 신용등급이 매겨졌다면 이제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이력까지 공유돼 신용 평가가 더 정확해질 수 있다. 특히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와 노인, 대학생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처럼 신용정보를 이용하는 곳은 해당 개인으로부터 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야 한다(23조 4항).

지 의원을 제외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개정안에 동의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 의원은 이런 정보가 기업의 돈벌이로 이용된다고 반발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과 같은 새로운 업종의 기업들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개인이 자신의 신용정보를 일괄적으로 마이데이터 기업에 제공한다고 동의해야 한다(33조 2항). 지 의원의 주장처럼 일반 기업이 개인의 실명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할 수 없다.

오히려 개정안은 신용정보회사 등의 신용정보에 대한 가명 조치를 강화하고 이를 악용하면 ‘매출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법이 발의되고 1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반대에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건전한 비판은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덕목이다. 하지만 막연한 공포심이나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주장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게 타당한지 묻고 싶다. 여야는 데이터 3법의 처리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만장일치라는 관행보다 국민에 대한 약속이 우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