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금지된 '불리한 처분' 아냐…인사 재량권 벗어나지 않아" 주장
前인사담당 판사 "법관은 어디든 법관…전보인사, 불이익 아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법관 인사 실무를 담당한 현직 판사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해 "헌법상 규정된 법관에 대한 불이익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법정에서 밝혔다.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근무한 노모 판사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증언했다.

지난 20일에도 증인신문을 받았던 노 판사는 이날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측의 반대신문에 응했다.

고 전 처장의 변호인이 "증인은 '물의 야기 법관'을 선별해 인사 조처를 하는 것이 징계나 문책이라기보다는 정상적 인사권 행사에 속한다는 생각이냐"고 묻자 노 판사는 "실무자는 그렇게 이해했다"고 답했다.

또 "대법원장의 전보 인사가 헌법에 규정된 법관에 대한 '불리한 처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했다.

헌법 제106조 1항은 "법관은 징계처분에 의하지 않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블랙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물의 야기 법관' 명단을 따로 관리했다고 본다.

'물의 야기 법관'으로 찍힌 이들 중 9명은 실제로 본인의 인사 희망과 다른 곳에 배치됐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지난 20일 재판에서 검찰은 법원 내부망에 부적절한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물의 야기 법관'으로 지목돼 격오지 법원으로 배치된 부장판사의 사례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인사에 대해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반대했음에도 '인사권자의 뜻'이 강해 막지 못했다는 문건 내용도 공개했다.

그러나 노 판사는 "법관의 직은 그 보직이나 지역과 상관없이 모두 같다"며 "그래서 본인의 희망과 다른 보직이나 임지가 주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헌법상의 '불리한 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객관적으로 법관의 직위에 불리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보인사는 어느 지역에서든 다 똑같은 법관의 직위라고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판사는 '물의 야기 법관'은 단순히 대법원이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지를 따져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 지목된다고 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인사 조처는 대법원장의 인사 재량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의혹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