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의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 준수와 샐러리캡 초과 여부를 면밀히 감시해야 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한국전력의 미준수 사실을 알고도 제재금을 부과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27일 연맹에 따르면, 한국전력 선수단의 2019-2020시즌 연봉 규모는 샐러리캡(26억원)의 48%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팀 내 에이스인 서재덕이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고, 최홍석이 트레이드로 OK저축은행으로 옮김에 따라 연봉 규모가 확 줄었다.
연맹은 특정 구단의 문어발식 선수 영입을 막고자 샐러리캡을 초과한 구단을 벌금으로 징계한다.
아울러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로 배구 활성화를 독려하려고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을 지키지 않은 구단도 제재한다.
연맹 규약 상벌 규정을 보면, 연맹은 최소소진율을 준수하지 않은 구단에 부족 금액의 100%를 제재금으로 부과한다.
샐러리캡을 초과한 구단에는 추가금의 500%를 벌금으로 물린다.
제재금의 규모에서 보듯 샐러리캡 규정의 주된 징계 대상은 이를 초과한 구단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최소 소진율을 이행하지 못해 벌금을 내야 하는 건 이례적이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뜻을 이전부터 밝혀왔다"며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제때 제재금을 부과하지 못한 건 연맹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한국전력 측은 최소 소진율을 지키고자 저액 연봉 선수의 몸값을 일부러 올린 순 없지 않으냐고 항변하면서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계에 따르면, 연맹과 각 구단은 이전에도 한국전력의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 미준수와 관련한 대책 등을 공유했다.
한국전력의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 미준수 사태는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전력은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전력 강화 작업에 힘쓰고 있다.
또 홈인 수원체육관 인근 오산시에 새 체육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투자에 인색하고 뛰기에 열악한 구단으로 한국전력을 바라본다.
성적도 하위권이라 주목받을 일이 없어 선수들은 한국전력으로의 이적을 꺼리고, 한국전력에서 뛰던 선수마저 프로의 구색을 갖춘 다른 팀으로 옮기길 희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이 이런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샐러리캡 문제로 계속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팀 연봉의 20%를 차지하는 서재덕은 2021년 7월에야 팀에 복귀한다.
연맹은 선수별 옵션(인센티브)을 샐러리캡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샐러리캡 제도 변경을 검토 중이나 구단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언제 합의안이 나올지는 기약할 수 없다.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 6개 구단은 샐러리캡(14억원) 최소 소진율을 준수했다고 연맹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