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다크웹 통해 마약 광고·거래 활발…밀반입량 급증·마약사범도 증가세
프로포폴·식욕억제제 등 의료용 마약 오남용도 심각

[편집자 주 : 강남 유흥가 마약 유통의 민낯을 보여준 버닝썬 사건에 이어 연예인과 재벌가 자녀의 마약 밀반입 및 투약 사건이 끊이지 않습니다.

당국의 통제권 밖에 있는 암호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다크웹이 마약의 새로운 유통 도구로 악용되면서, 마약 밀반입량과 투약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단속과 처벌 중심의 마약 대응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최근 마약 확산 및 밀반입 실태를 짚어보고 대책을 제안하는 7건의 기사를 마련해 순차적으로 송고합니다.

[2019 마약 보고서]① 랜선 타고 창궐하는 마약
탐사보도팀 = 분명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 클럽에서 마약 파티가 열리고 연예인과 재벌가 자녀들은 외국에서 마약을 들여오다가 적발돼 언론의 조명을 받는 상황들 말이다.

그런데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정부의 단속과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이 주요 마약 유통로로 부상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

마약 압수량이 급격하게 늘고, 마약 사범의 수도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엔 인터넷이라는 단속의 '사각'이 있다.

공급량이 현격히 증가한 것도 마약 시장의 최근 변화 중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공급되는 마약의 대부분은 중국과 접경한 미얀마 내 반군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화학산업 발달로 마약 원료 물질의 생산량이 늘고 가격도 싸졌다.

마약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온라인을 통한 불법 마약 시장 팽창과 더불어 의료용 마약 오남용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감시·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단속 인력과 예산도 늘리려 하고 있지만, 마약의 수요와 공급을 근원적으로 줄여야만 승산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 암호화 SNS·다크웹 타고 창궐하는 마약
"히로뽕 팝니다", "서울·경기 지역 입금 후 1시간 내 수령 가능." "수도권 빠른 거래 가능, 퀄 좋습니다.

항상 깨끗한 것만 들고 있고 안전 보안 최우선"
최근 SNS에 넘쳐나는 마약 광고 게시물이다.

유명 SNS 검색창에 마약 명칭이나 은어를 입력하면 이런 게시물들이 쏟아진다.

실물 사진, 품질 인증 영상은 기본. 돈만 받아 챙기는 사기범들과 다르다는 안전거래 보증까지 한다.

판매상들은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 아이디를 제시하고 상담과 구매를 유도한다.

텔레그램 채팅을 통해 판매 조건을 확인하고 대포통장에 대금을 송금하면, 공급책은 미리 마약을 숨겨놓은 장소를 온라인 지도에 표시해 구매자에게 보낸다.

구매자가 해당 장소에서 마약을 찾으면 거래는 끝.
이처럼 모바일 기술과 비대면 방식의 '던지기(Drop)' 수법이 결합하면서 이제 마약 거래는 온라인 쇼핑처럼 손쉬워졌고 단속은 더 어려워졌다.

[2019 마약 보고서]① 랜선 타고 창궐하는 마약
마약 거래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상황은 경찰의 단속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의 마약류 사범 단속 현황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적발된 인터넷 이용 마약류 거래 사범은 1천977명으로 전체 마약사범 9천340명의 21.2%에 달했다.

2017년엔 그 비중이 12.4%(8천887명 중 1천100명), 지난해에는 18.7%(8천107명 중 1천516명)였다.

특히 마약사범 중 인터넷에 익숙한 10∼30대의 비중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유통책이나 배달책 모집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다크웹 같은 '어둠의 경로'뿐 아니라 일반 앱(응용프로그램)과 인터넷 광고까지 가정주부나 학생 등 일반인에게 마수를 뻗친다.

마약상들은 'X톡', '@톡'과 같이 이성과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앱이나 인터넷에 '공짜 해외여행', '급전 제공'과 같은 광고성 게시물을 올려 속칭 '지게꾼'(마약 운반책을 의미하는 은어)을 모집한다.

이들에게 금전적 혜택이나 유흥을 제안한 뒤 동남아 등에서 마약을 받아 국내에 밀반입하도록 한다.

일반인을 '지게꾼'으로 쓰면 세관이나 수사기관의 의심을 피하기 쉬워진다는 게 마약상들의 생각이다.

진주나 다이아몬드 가루 등을 수입한다고 속여 마약 운반에 응하는 일반인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덜기도 한다.

마약상 B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편 모르게 빚을 지거나 돈에 쪼들리는 주부들이 마약상의 유혹에 많이 넘어간다"면서 "탈북한 남성이 중국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한국에 있는 딸이 이런 수법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도 봤다"고 밝혔다.

◇ 마약 밀반입도 급증세…마약사범 3년째 1만명 상회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가 확산하면서 마약 밀반입 규모는 크게 늘었고 마약사범 수도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마약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마약류 사범 수는 2015년 1만1천916명에 달했고, 2016년 1만4천214명, 2017년 1만4천123명, 2018년 1만2천613명을 기록했다.

마약사범 수는 기획 단속의 강도와 횟수에 따라 매년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러나 최근엔 3년 연속 1만명 이상을 유지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국이 압수한 마약류 규모와 국내 밀반입 규모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류 마약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압수량은 2016년 28.7㎏, 2017년 30.5㎏에 그쳤으나 지난해 187.9㎏으로 급증했다.

마약류 밀반입량도 2016년 38.5㎏, 2017년 26.9㎏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무려 292㎏에 달했다.

[2019 마약 보고서]① 랜선 타고 창궐하는 마약
백서는 "메스암페타민은 대만 밀매조직의 필로폰 대량 밀수사건 등으로 전년 대비 1,028.9%나 증가했고, 대마초도 291.1% 늘었다.

그 밖에 엑스터시, 야바. JWH-018 및 그 유사체, 대마수지(해시시) 등이 지속해서 밀반입되고 있으며 반입량 역시 증가 추세"라고 기술했다.

관세청은 올 상반기 마약류 밀수의 주요 특징으로 중화계열 밀매 조직에 의한 필로폰 밀수 사례를 들었다.

당국은 대만 '죽련방'(竹聯幇)과 동남아 일대 중국계 밀매조직이 한국의 필로폰 암시장 진출을 노리고 지난해부터 밀수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17년에는 이들이 가담한 마약 밀반입량이 1kg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 161kg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적발 규모는 36kg이다.

◇ 프로포폴 때문에 하루 3번 수면내시경…의료용 마약 오남용도 심각
의료용 마약의 오남용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1천786만명에 달했다.

국민 2.9명 중 1명꼴로 의료용 마약을 처방받아 투약한 셈이다.

[2019 마약 보고서]① 랜선 타고 창궐하는 마약
특히 수면마취제 성분인 프로포폴 처방 환자는 773만명에 달했고,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을 처방받은 사람은 178만명, 식욕억제제(펜터민·펜다이메트라진·다이에틸프로피온·마진돌·로카세린 등 5개 성분)를 처방받은 사람은 129만명이었다.

이들 다(多) 처방 의료용 마약의 오남용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건 의료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의원 및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하루에 2차례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람이 무려 16만736명에 달했다.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26세 여성 이 모 씨는 1년간 14개 의료기관에서 무려 573개의 프로포폴을 처방받았다가 수사 의뢰 대상이 됐다.

37세 남성 김 모 씨는 1년간 7개 의료기관에서 523개의 프로포폴을 처방받아 투약했다.

식약처는 이 남성에게 집중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한 병원을 수사 의뢰했다.

프로포폴을 맞고자 하루에 수면내시경 검사를 3차례나 받고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전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필러나 보톡스 등 간단한 시술을 받는 단골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되기도 했다.

프로포폴이 인기를 끌자 의약품 중간 유통업자가 그와 효과가 비슷한 전신 마취제를 불법 유통하는 사례도 있었다.

의사가 본인과 가족 4명의 명의를 도용해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을 5개월간 7천400여정이나 처방받기도 했고, 1년간 12개 의료기관에서 식욕억제제를 1만6천여개나 처방받은 환자도 있었다.

살을 빼려는 환자들이 처방받는 식욕억제제는 과도하게 복용하면 환청이나 환각뿐만 아니라 심하면 심장이상, 정신 분열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