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공영 BBC방송 '총리 향한 방청객 비웃음' 삭제 논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러시아 국영TV냐" 비판 봇물…BBC "시간 제약에 편집" 해명
영국 공영 BBC방송이 보리스 존슨 총리를 향한 방청객의 비웃음을 삭제한 장면을 뉴스에 방영해 논란에 휘말렸다고 현지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22일 저녁 전파를 탄 BBC 1의 유서 깊은 토론 프로그램인 '퀘스천 타임'(Question Time)에 출연한 존슨 총리는 한 방청객의 질문이 촉발한 청중의 반응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방청객 가운데 한 명이 존슨 총리에게 "당신 같은 권력을 지닌 사람에게 항상 진실을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좌중에서 비웃음에 이은 박수가 터졌기 때문이다.
내달 12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선거 운동의 일환으로 이날 방송에 출연한 존슨 총리는 이런 예기치 못한 방청객의 냉소적인 반응에 힘겹게 답변을 내놔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광경을 담은 장면이 방송 다음 날인 지난 23일 낮 방영된 뉴스 단신에서는 청중의 비웃음이 삭제된 채 박수만 나가면서 논란으로 비화됐다.
원본과 편집본의 차이는 브라이턴에 거주하는 닉 플락스라는 눈썰미 좋은 시청자에 의해 포착됐다.
23일 낮 뉴스를 본 뒤 원래 토론 프로그램의 장면과 뉴스를 통해 방영된 장면을 비교했다고 밝힌 플락스는 "BBC 편집팀은 신뢰에 대한 주제를 다룰 때 방청객 사이에서 터진 약 1.5초의 비웃음을 삭제했다.
이는 존슨 총리가 청중에게 조롱을 받는 대신에 박수와 환호,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플락스는 곧바로 아이패드 영상편집 소프트웨어를 이용, 방송 원본과 다음 날 뉴스 단신에서 쓰인 편집본을 비교하는 짧은 클립을 제작한 뒤 트위터에 올렸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BBC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이어졌다.
유명 작가이자 정치평론가인 피터 오본은 "이런 행태는 소비에트 러시아의 국영 TV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BBC의 진행자인 후 에드워즈는 "이는 단순한 실수에 불과할 뿐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며 BBC를 옹호했다.
플락스는 이에 대해 "BBC가 문제의 장면을 편집하지 않았다면 논란이 일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진심으로 BBC와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지지하지만, 최근 들어 특히 뉴스와 정치 부문은 '공정'이라는 명제를 위해 정확성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특히 진실과 신뢰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 우리의 총리를 비웃었다는 점을 대중이 아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내가 올린 게시물이 BBC에 대한 음모론에 일조한 것은 다소 유감스럽지만, BBC는 비난을 받을 짓을 했다"고 덧붙였다.
BBC 측은 정치적인 의도에서가 아니라, 시간적인 이유 때문에 편집이 이뤄졌다고 해명하면서도, 실수를 인정했다.
BBC의 대변인은 "해당 영상은 당일 밤 뉴스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원래대로 방영됐지만, 23일 점심 뉴스에만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편집됐다"며 이는 존슨 총리의 중복된 발언을 삭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방청객의 웃음 역시 삭제된 것"이라며 "호도할 의도가 추호도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존슨 총리의 답변에 대한 방청객의 반응을 완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의 실수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소셜미디어에서 이뤄지는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프로그램 녹음 부분이나 영상에는 어떤 변화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연합(EU)과 합의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안이 의회에서 번번이 부결되자 자신이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의석을 늘려 브렉시트 집행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존슨 총리는 최근 여러 의혹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그는 런던시장(2008∼2016년) 재임 시절에 미국인 여성 사업가 제니퍼 아큐리(34)와 불륜 관계를 맺고 공금 지원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하원의 '러시아 보고서' 공개를 지연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처했다.
앞서 영국 하원 정보보안위원회는 영국 선거 등에 있어 러시아의 개입을 조사한 보고서를 펴내 지난 달 총리실에 전달했으나, 총리실이 총선 이후에야 보고서를 발간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늦장 공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공영 BBC방송이 보리스 존슨 총리를 향한 방청객의 비웃음을 삭제한 장면을 뉴스에 방영해 논란에 휘말렸다고 현지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22일 저녁 전파를 탄 BBC 1의 유서 깊은 토론 프로그램인 '퀘스천 타임'(Question Time)에 출연한 존슨 총리는 한 방청객의 질문이 촉발한 청중의 반응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방청객 가운데 한 명이 존슨 총리에게 "당신 같은 권력을 지닌 사람에게 항상 진실을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좌중에서 비웃음에 이은 박수가 터졌기 때문이다.
내달 12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선거 운동의 일환으로 이날 방송에 출연한 존슨 총리는 이런 예기치 못한 방청객의 냉소적인 반응에 힘겹게 답변을 내놔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광경을 담은 장면이 방송 다음 날인 지난 23일 낮 방영된 뉴스 단신에서는 청중의 비웃음이 삭제된 채 박수만 나가면서 논란으로 비화됐다.
원본과 편집본의 차이는 브라이턴에 거주하는 닉 플락스라는 눈썰미 좋은 시청자에 의해 포착됐다.
23일 낮 뉴스를 본 뒤 원래 토론 프로그램의 장면과 뉴스를 통해 방영된 장면을 비교했다고 밝힌 플락스는 "BBC 편집팀은 신뢰에 대한 주제를 다룰 때 방청객 사이에서 터진 약 1.5초의 비웃음을 삭제했다.
이는 존슨 총리가 청중에게 조롱을 받는 대신에 박수와 환호,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플락스는 곧바로 아이패드 영상편집 소프트웨어를 이용, 방송 원본과 다음 날 뉴스 단신에서 쓰인 편집본을 비교하는 짧은 클립을 제작한 뒤 트위터에 올렸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BBC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이어졌다.
유명 작가이자 정치평론가인 피터 오본은 "이런 행태는 소비에트 러시아의 국영 TV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BBC의 진행자인 후 에드워즈는 "이는 단순한 실수에 불과할 뿐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며 BBC를 옹호했다.
플락스는 이에 대해 "BBC가 문제의 장면을 편집하지 않았다면 논란이 일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진심으로 BBC와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지지하지만, 최근 들어 특히 뉴스와 정치 부문은 '공정'이라는 명제를 위해 정확성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특히 진실과 신뢰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 우리의 총리를 비웃었다는 점을 대중이 아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내가 올린 게시물이 BBC에 대한 음모론에 일조한 것은 다소 유감스럽지만, BBC는 비난을 받을 짓을 했다"고 덧붙였다.
BBC 측은 정치적인 의도에서가 아니라, 시간적인 이유 때문에 편집이 이뤄졌다고 해명하면서도, 실수를 인정했다.
BBC의 대변인은 "해당 영상은 당일 밤 뉴스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원래대로 방영됐지만, 23일 점심 뉴스에만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편집됐다"며 이는 존슨 총리의 중복된 발언을 삭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방청객의 웃음 역시 삭제된 것"이라며 "호도할 의도가 추호도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존슨 총리의 답변에 대한 방청객의 반응을 완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의 실수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소셜미디어에서 이뤄지는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프로그램 녹음 부분이나 영상에는 어떤 변화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연합(EU)과 합의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안이 의회에서 번번이 부결되자 자신이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의석을 늘려 브렉시트 집행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존슨 총리는 최근 여러 의혹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그는 런던시장(2008∼2016년) 재임 시절에 미국인 여성 사업가 제니퍼 아큐리(34)와 불륜 관계를 맺고 공금 지원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하원의 '러시아 보고서' 공개를 지연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처했다.
앞서 영국 하원 정보보안위원회는 영국 선거 등에 있어 러시아의 개입을 조사한 보고서를 펴내 지난 달 총리실에 전달했으나, 총리실이 총선 이후에야 보고서를 발간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늦장 공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