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담비에게 ‘동백꽃 필 무렵’ 향미는? “조연이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무언가를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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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손담비는 요즘 싱글벙글이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종영한 가운데 손담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로 데뷔한 후 연기를 했기 때문에 늘 꼬리표가 붙어 다녔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섹시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났죠. 그래서 엄청 힘들었어요. 공백기 때는 그 생각에 사로잡혀 힘든 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손담비가 연기한 향미는 세상의 편견에 갇혀 상처 가득한 삶을 살아온 인물. 동백(공효진 분)의 따스한 마음에 새 삶을 살아보려 했으나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으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시청자들이 알아주신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향미가 인생캐릭터였다’고 말씀해주시는 댓글들을 보면서 너무 기뻤어요. 기분이 좋아지면서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어요. 너무 감사해요.”
조연인 향미가 시청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중심 캐릭터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손담비의 물오른 연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특유의 의뭉스럽고도 덤덤한 표정으로 감정선을 이어갔고, 참아왔던 감정을 툭 하고 터트리기도 하며 시시각각 변주하는 디테일한 감정연기를 보여줬다.
“향미를 떠나보내기 싫어요. 너무 여운이 많이 남는 캐릭터예요. ‘나를 잊지 말아요.’ 정말 툭 치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너무 슬픈 순간이었어요. 3000만원을 들고 튄 애인데 그런 나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백 언니를 보면서 너무 가슴이 사무치게 아팠죠. 촬영할 때 효진 언니도, 나도 눈물바다였어요.”
손담비는 동백 역을 맡은 공효진과 친자매 케미를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다. 극중 공효진은 카페를 운영하는 CEO 동백 역을, 손담비는 직원 향미 역을 연기했다. 동백이는 돈 3000만원을 들고 튄 향미도 가슴으로 품어주는 따뜻한 언니였다.
“초반에 (공)효진 언니가 향미 캐릭터를 먼저 제안해줬어요. 향미 생각하면 내가 생각났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감독님 귀에까지 들어가서 캐스팅이 됐어요. 정말 효진 언니는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예요. 연기하면서도 친하다보니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또 언니가 조언도 많이 해줘서 케미가 잘 살아났던 것 같아요. 정말 효진 언니가 큰 도움을 줬어요. 언니 조언에 따라 열심히 했더니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언니와 연기해서 더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친한 사이도 일을 할 때는 안 맞는 사람도 있다는데 우리는 전혀 안 그랬어요. 케미가 너무 잘 맞았어요.”
이제 손담비의 연기 인생에도 꽃길이 시작됐다. 10여 년간 배역이나 비중에 상관없이 탄탄히 쌓아온 연기내공을 마음껏 발휘한 손담비는 영입 1순위로 떠올랐다. 드라마와 영화, 예능 제작자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연기한지 어느덧 10년 정도 됐어요. 꾸준히 작품을 해왔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포텐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동안 조금씩 내공이 쌓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간 연기 인생이 1막이었다면 이제 2막이 앞에 놓여있는 것 같아요.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렇듯 손담비가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기까지는 짧지 않은 도약 기간이 있었다. ‘미쳤어’와 ‘토요일 밤에’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독보적인 여성 솔로 가수로 활약하던 그는 2009년 드라마 ‘드림’으로 연기의 첫걸음을 내딛었고 ‘빛과 그림자’, ‘가족끼리 왜 이래’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유미의 방’, ‘미세스 캅2’와 영화 ‘탐정: 리턴즈’, ‘배반의 장미’ 등의 작품에서 자유분방한 싱글, 강력계 독종 형사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연기하면서 항상 고민이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점이었어요. 나는 왜 가수 때의 섹시 이미지를 벗지 못할까.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 이미지가 떼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죠. 그래서 엄청 힘들었어요. 공백기 때는 그 생각에 사로잡혀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친구들과 언니들의 조언이 있어 버틸 수 있었어요. 언니들이 다들 조연부터 시작했다고. 또 ‘나에게도 기회가 왔듯 너한테도 그 순간이 찾아올거야’라고 말해줬어요. 덕분에 실망하지 않고 달려올 원동력이 됐어요. ‘꾸준히 하다보면 나의 포텐을 터트릴 기회가 올거’라고 말해줬는데 진짜 그랬어요.”
그리고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동백꽃 필 무렵’에서 자신만의 색으로 캐릭터를 완성, 연기자로서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줬다.
“생각해보면 그간 욕심 안내고 꾸준히 작품을 한 게 중요했어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경계가 없었죠. 어떤 작품이든 하겠다는 일념으로 연기를 했고 그것들이 쌓여 ‘동백꽃 필 무렵’에서 조연이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무언가를 찾았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시청자들이 인정해주셨죠. 지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 기뻐요.”
연기자 전향 10년차인 올해, 주연보다 주목받는 조연으로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한 손담비. 마침내 무르익은 연기 내공에 앞으로 보여줄 다양한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공백기가 찾아오면 늘 조바심이 났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이 끝나고 나서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할 수 있게 됐어요. 무엇보다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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