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유타국에서 가락국으로 시집온 허황후가 김수로왕을 만나 왕궁으로 들어갔던 길로 알려졌다.
부산김해경전철 봉황역과 가락로를 연결하는 이곳은 김해대로 2273번 길부터 가락로 37번 길까지 약 1㎞ 구간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일명 '봉리단길'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장유가도는 이런 가락국 전설이 남아 한때 김해의 중심 지역으로 번성했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신의 거리'나 '점집 골목'으로 불렸을 만큼 무속인들이 많이 살았다.
점집이 많았던 것은 근처에 수로왕릉이 자리 잡고 있어 좋은 기운이 맴돈다거나 무척산 기운을 받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봉황대 영향에 터가 좋다는 등의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신도심이 개발되면서 구도심의 침체한 지역으로 전락했다.
이에 김해시는 2015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장유가도에 주민이 직접 참여해 주도하는 문화예술 거리를 조성, 새로운 지역 명소로 떠올랐다.
작년 초 장유가도 주민대표 등 40명으로 시민대학을 구성해 경관 디자인, 도로 활성화, 관광 및 상권 활성화 등 구체적인 추진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장유가도 시민대학은 장유가도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도출하는 역할을 했다.
성공적인 주민 주도 사업을 위해 우선 시는 주민 간 친목을 유도하고 성취감을 제공하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 자리를 마련했다.
여의와 황새장군 설화를 바탕으로 한 '여의사랑 문화제'라는 지역 축제 준비에 장유가도 주민들을 포함한 것이다.
주민들은 성공적 축제를 위해 논의하고 단합하는 과정에서 친목과 화합을 다질 수 있었다.
친목과 유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장유가도 비전 및 단계별 전략을 설정하는 시민대학과 국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장기·중기·단기 사업목표를 정하고 액션플랜을 설정해 '소소하고 즐거운 장유가도'라는 비전까지 만들었다.
시는 도시재생사업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 센다이시의 도시재생 연구기관(UDW) 도움을 받아 주민들의 도시재생사업을 후방 지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주민들의 주도적인 참여는 좋았으나 조직 방향성 및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있었으나 전문적 용역 없이 구체적 사업을 표현하고 제시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도시재생 사업 종료 후 경제적 자립구조가 미흡하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었다.
시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사회적경제 지원 센터, 김해문화재단, 지역복지재단 등과 연계해 부족한 전문분야를 채워가기로 했다.
도시재생 실무자 그룹인 '지속 가능 앤'이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마을활동가들을 육성했다.
또 김해문화재단 사업과 연계한 아이템을 구상하고 주민 각자의 전문분야를 통해 지속적인 도시재생을 유도하기로 했다.
아직 사업이 진행 중임에도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장유가도는 젊은 청년 중심의 점포 50∼60여개가 생기며 봉리단길이라는 애칭으로 젊은 세대와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됐다.
무엇보다 예술인들의 공이 컸다.
화가가 운영하는 밥집,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카페, 지역 가수가 만든 옷가게 등은 이미 이곳을 대표하는 인기 나들이 코스가 됐다.
최근에는 뮤지컬, 피아니스트 라이브 공연도 열리고 갤러리가 개관하는 등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래된 집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다시 칠했으며 각종 벽화와 물고기, 고양이 같은 동물 조각도 설치해 걷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봉황TV'를 개설해 마을 행사를 기록하거나 예쁜 길을 소개하는 등 유튜브로 홍보도 하고 있다.
향후 시는 수로왕찬 등 가야시대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가야음식체험존, 가마체험, 왕과의 만남의 장, 다문화 먹거리 체험존, 장군차 카페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 영업 중인 점포들은 간판을 새로 정비하고 '아궁' 등 가야시대 관직 이름도 함께 붙여 특색도 더한다.
골목 초입에 가야문양을 형상화한 가야테마 진입 관문을 조성하고 내부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하는 등 장유가도가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 및 육성할 예정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지역 문화예술 청년들의 유입이 있었고 옛길을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의 노력이 더해져 지금의 장유가도가 만들어졌다"며 "도시재생 사업은 현재진행형으로 주민들과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그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사적지인 봉황대 이름을 붙이는 게 좋다는 여론이 우세해 최근 이곳 공식 명칭을 봉황대길로 변경했다"며 "장유가도를 지역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만들어 주민 주도 사업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