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은 시대적 흐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기업에는 ‘독’이 됐다. 입법 단계 초기부터 기업은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 등의 이해를 구해야 했지만 실패했다. 기업의 하소연은 ‘엄살’이나 흐름을 역행하려는 ‘로비’로 비쳤다. 정부는 뒤늦게 기업의 애로를 확인하고 나서야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주요 정책 현안을 놓고 기업과 정부·정치권 사이에 있는 불신의 벽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 사례다.

기업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주어진 질서에 맞춰 비즈니스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가장 필요한 건 정치권과 법조계, 노동계, 학계, 언론계 등과 지속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스스로 공정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중 ‘기업 편’을 많이 만들고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는 왜 소통을 안 하나. 청년들의 반기업 정서가 커진 것은 전교조 영향이 크다. 전교조는 시장경제의 불평등에 주목하는 반면 순기능을 외면했다. 직접 만나 소통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미국의 ‘아스펜 인스티튜트(Aspen Institute)’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아스펜 인스티튜트는 민간이 주도하는 가운데 정부,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 등 각 분야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모여서 대화하는 단체다. 결론을 내려는 게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웨덴의 정치 토론 축제인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도 그렇다. 일단 서로의 생각을 쏟아내고 접점을 찾아간다. 기존 경제단체와는 다른 조직을 통해 시작하는 것이 좋다.

미국 외교협회도 민간이 주도한다. 이 단체의 목적 중 하나는 정부의 통상 외교를 재계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무역 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가도 지원한다. 정부와 기업에 모두 이득이다. 기업이 이를 로비 창구로 삼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정부도 현장의 목소리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