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등 적정성 검토 의뢰 건수도 '2013년 8건→올해 101건' 급증
최근 7년간 한국감정원이 진행한 보상평가 적정성 검토에서 의뢰 건수의 79%가 부적정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기 신도시 등 각종 개발사업에서 풀릴 보상금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보상 평가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규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한국감정원이 보상평가 적정성 검토를 수행한 164건 가운데 79%인 130건이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공공택지 등의 보상평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시행자와 시·도지사, 토지소유자가 각각 선정한 3인의 감정평가사가 진행한다.
이들의 감정평가서상 평가금액 차이가 커 합의가 어려울 경우 사업시행자가 한국감정원에 적정성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감정원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보상평가서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 뒤 '적정', '수용가능', '부적정'으로 나눠 의견을 제시한다.
이규희 의원실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부적정 평가를 받은 130건의 대부분은 토지소유자가 선정한 감정평가사의 평가금액이 과도하게 높아 사업시행자가 감정평가 재산정을 요구한 것들이다.
현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는 보상평가에서 감정평가서 최고평가액은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 들어 사업시행자의 보상평가 적정성 검토 요청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공공택지 등 개발사업이 급감했던 2013년 총 8건, 2017년까지 6건에 불과했던 적정성 검토 의뢰 건수가 지난해 22건으로 늘어난 뒤 올해는 11월 현재 101건으로 증가했다.
정부의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등 공공택지 개발과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보상평가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커진 것이다.
감정원이 올해 적정성을 검토한 101건의 보상평가서 가운데 '수용가능' 의견은 15건에 그쳤고 85%인 86건에 대해서는 '부적정' 판단이 내려졌다.
평가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막대한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보상평가를 보수적으로 진행하려는 사업시행자와 보상금을 높게 받으려는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며 "보상평가금액에 대한 갈등이 심화할 경우 신도시 등 정책사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로 국토교통부가 한국감정원에 요청하는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에서도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규희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까지 감정원이 수행한 279건의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은 것은 38%인 106건이며 나머지 62%(173건)는 '다소미흡'·'미흡' 또는 '부적정' 등 적정외 의견이 내려졌다.
최근 토지보상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성남 복정1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토지 소유자가 추천한 감정평가업체의 평가액이 사업시행자인 LH가 선정한 감정평가사의 평가금액을 크게 웃돌자 LH가 재평가를 요구하면서 토지보상 일정이 최소 수개월 간 지연될 전망이다.
복정1지구의 경우 60%를 넘는 토지에서 평가업자 간 평가액이 110%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현재 한국감정원에 이 지구에 대한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3기 신도시 등 각종 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앞으로 보상 평가를 둘러싼 갈등과 주민 민원에 의한 감정평가 부풀리기 등 적정성 논란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희 의원은 "토지 감정평가, 보상평가, 담보평가 잘못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정부는 국민의 혈세와 소중한 재산권 보호를 위해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