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 터프 이너프 = 데보라 넬슨 지음, 김선형 옮김.
철학자 시몬 베유,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 메리 매카시, 에세이스트 겸 평론가·소설가 수전 손택,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 작가 조앤 디디온. 20세기를 산 여성 지식인이라는 점 이외에 이들 6명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미국 시카고대 영문학과 교수로 20세기 후반 미국 문화와 정치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 저자는 이들의 공통점이 '터프함', 즉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서 유난히 '강인한' 마음을 지녔던 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터프함'은 그간 여성의 미덕처럼 통용한 감정 표현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작가의 윤리적 입장과 미학적 접근 방식을 결정하는 '비감상주의적 태도'를 가리킨다.

이들 모두는 인간의 고통과 세계의 상처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현실적인 방법으로 치유돼야 한다는 강인한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했다.

"연민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고통을 초래한 원인과 공범자가 된다.

우리가 느끼는 연민이란 무기력이나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라고 한 수전 손택의 말이 이를 잘 드러내 준다.

시몬 베이유가 한 "나의 시련이 쓸모 있기에 사랑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나의 시련은 존재하기에 사랑해야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감상주의에 대한 비평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한, 아니 역사상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인 '감상적이지 않음'에 대한 비평을 위해 저자는 온몸으로 부닥치며 20세기를 산 여성들의 삶과 사상, 작품을 더듬어간다.

저자는 "이들 6명은 20세기 후반 미국을 사로잡은 고통과 정서적 표현의 문제에 대해 공통적인 관점을 견지했고 이런 문제들은 여러모로 지금까지도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직접적이고 선명한 시각으로, 위로도 보상도 없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는 과업을 자발적으로 떠맡았기 때문에 터프하다"고 썼다.

책세상. 436쪽. 1만9천원.
▲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 박현선 지음.
핀란드 헬싱키미술대학교(지금의 알토대학교)에서 가구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사업상으로도 핀란드와 빈번히 접촉하는 저자가 핀란드의 '중고 문화'를 소개한다.

핀란드의 중고 문화는 1990년대 '경제 대공황'을 계기로 탄생했지만 30여년이 지나 풍요를 되찾은 지금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유기적인 발전을 거듭한다.

'끼르뿌또리' 혹은 '끼르삐스'라고 불리는 중고 가게는 시내를 가면 두세 블록마다 하나씩 반드시 있고 시내 곳곳에 정기적으로 실내, 실외 벼룩시장이 열리며 관련된 시민 주체 행사 역시 빈번하다.

심지어 백화점에 중고가게가 입점할 정도다.

저자가 인터뷰한 현지인들은 중고 가게를 방문하는 것이 그 사람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며 타인의 손길을 탄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뒤죽박죽 섞인 중고가게에서 취향과 개성에 맞는 물건을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중고 물품 시장이 활성화하다 보니 중고품 판매를 대행해 주는 업체가 생겨나는가 하면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패셔니스타'를 위한 고급품 전문 중고가게나 카페를 겸한 중고가게가 생겨나는 등 핀란드의 중고 문화는 진화를 거듭한다.

저자는 "미대를 다니면서부터 끊임없이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환경에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 거냐'고 질문을 던졌다"면서 "핀란드의 활발한 중고 문화와 소비와 환경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동안 풀지 못한 질문의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다.

헤이북스. 352쪽. 1만6천800원.
▲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 최성락 지음.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에 게재된 기사들을 중심으로 당시 서구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본다.

이코노미스트를 조사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 잡지가 1843년 창간돼 지금까지도 발간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잡지 중 하나이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론지로 평가받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밝혔다.

그렇다 해도 불편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경술국치 1년 전인 1909년 기사에서 "조선은 차라리 외국으로부터 현대적 행정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조선 국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이것이 조선인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정치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라고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동양인을 열등한 인종인 것처럼 비하하면서도 그나마 일본의 국력과 군사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불편하게 읽힌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가운데서도 조선에서 이는 변화의 바람을 읽는다.

1870년대의 조선은 '전통 사회'였으나 1900년대에 들어서면 이미 '근대 사회'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변하지 않은 것은 조선의 부패한 정치, 관료 시스템이었다.

이는 흥선대원군의 부친 묘 도굴사건으로 유명한 프로이센인 에른스트 오페르트가 "조선 사람들은 결코 창의성이나 기량이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억압적 정치체제의 통치를 겪고 인접 국가들과의 교역이 전면적으로 단절되면서 조선에서 산업 정신이 무너진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쓴 데서 잘 드러난다.

저자는 "우리 스스로 정리하고 평가한 역사는 자긍심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완벽하게 객관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일본이나 중국처럼 조선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었던 서구의 평가를 살펴보는 것도 우리 역사 바로 알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이퍼로드. 216쪽. 1만5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