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지구 온난화 등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오해로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일부 대형마트와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비닐봉지 뿐 이나라 포장용 종이 상자까지 없애기 위한 협약을 맺은 것.
자원낭비를 줄이기 위해 종이 영수증이나 종이 통장, 종이 쇼핑백 등도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는 한편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이를 환경 오염으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라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 종이는 `나무 농장`에서 시작되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소재
전문가들은 기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자거나, 비닐봉투 대신 종이 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종이는 그 무엇보다 `환경친화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제지ㆍ펄프 업계에서 종이를 만들 때 나무를 가공한 펄프를 이용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나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천연림에서 벌목한 것이 아니다. 종이의 원료가 되는 나무는 별도의 인공 조림지에서 조달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제지회사와 펄프회사가 운영하는 `나무 농장` 같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쌀을 얻기 위해 벼 농사를 짓는 것처럼, 종이를 위한 원료를 얻기 위해 나무를 키우는 것"이라며 "인공적으로 조성한 조림지에서 종이 생산을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공간에 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어 재조림 하는 `순환 경작`을 통해 친환경적인 공정을 거쳐 종이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인공적으로 조성한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 온난화 현상을 방지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어린 묘목이 성장하면서 베어낸 나무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다량의 산소를 생산한다는 것.
관계자는 "오히려 화전 등을 통해 조성되는 상업 농경지가 이산화탄소 발생의 주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만약 종이 생산을 멈추게 되어 별도의 조림지를 운영하지 않는다면, 그 땅은 도시 개발이나 농작물 재배로 사용되어 산림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 제지 산업, 베어내는 나무보다 더 많은 나무 심는 친환경 경영
종이는 제지 회사들이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으로 생산한 합법적인 나무를 원료로 한다. 한솔제지, 무림제지를 비롯한 국내외 제지 업체들은 나무가 성장하기 좋은 지역인 인도네시아나 뉴질랜드 등 해외 여러 나라와 협약을 맺고 현지에서 인공조림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나무는 여러 번 재생이 가능하다. 따라서 나무를 원료로 삼는 제지산업은 거의 유일하게 지속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환경 친화 산업"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제지회사와 펄프회사들이 조림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공림의 면적이 더 넓어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환경을 위해 불법 벌채 목재의 유통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제지회사들은 이미 국내에서 사용하는 종이의 75%를 폐지를 재활용해서 만들고 있으며, 나머지 25%만이 순환 경작으로 수급된 나무를 펄프로 가공해 제작하고 있다.
■ 전자책 vs 종이책, 온실가스 배출은 누가 더 많을까
가장 친환경 소재인 종이의 사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려야할 이유는 몇가지 더 있다. 먼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종이책이 전자책 보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 가스를 더 적게 배출한다.
Green Press Initiative라는 미국의 비영리 기관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평균 생애주기에 287lbs(13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인쇄된 책은 단지 8.851lbs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게다가 종이책은 중고서점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읽히거나, 종이 원료로 재활용되곤 하지만 전자책 기기의 부품은 보통 매립지에 버려진다.
또한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비닐 등을 활용한 포장재는 사실상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새벽 배송으로 유통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가 최근 포장재를 종이로 교체한 것이나 스타벅스가 종이 빨대를 도입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로 종이는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이 될 것처럼 전망하는 이들도 있지만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종이 산업은 친환경성과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종이는 여전히 자연 친화적인 최적의 소재이고, 종이 산업은 자연 생태계의 선순환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줄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우리가 종이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제대로 된 이해와 재조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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