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30·현대건설)의 움직임은 평소보다 더뎠다.

거듭되는 혈전 속에 체력이 뚝 떨어졌다.

하지만 양효진은 "조금만 더 버티자"고 스스로 다독이며 경기를 마쳤다.

공이 눈을 맞아 쓰러진 뒤에도, 다시 코트에 들어서는 투혼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양효진 덕에 19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방문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2(25-17 29-27 15-25 17-25 15-13)로 꺾으며 4연승을 내달렸다.

양효진은 이날 14점을 올렸다.

13일 흥국생명전(28점), 16일 KGC인삼공사전(24점)보다 득점이 줄었다.

자신도 "오늘 경기력에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최근 일정을 살피고, 이날 경기 장면을 지켜봤다면 양효진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현대건설은 개막 후 28일 동안 9경기를 치렀다.

매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외국인 공격수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가 무릎 통증으로 코트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졌다.

세터 이다영은 득점이 꼭 필요한 순간에는 센터 양효진을 바라봤다.

양효진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19일 기업은행전이 끝나고 만난 양효진은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완전히 지쳤다"며 "블로킹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상대 공격수를 잘 따라다녀야 하는데, 무릎 상태도 좋지 않고 체력적으로 지쳐서 공격수를 몇 차례 놓쳤다"고 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4세트 14-18에서 양효진은 상대 외국인 주포 어도라 어나이의 스파이크에 이마와 눈을 맞았다.

양효진은 한동안 코트에 누워 있었다.

양효진은 "눈앞이 까만 상태였다.

충격이 커서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승부가 5세트로 이어지자 양효진은 다시 코트에 나섰다.

그는 "몸이 부서질 정도가 아니라면 뛰어야 한다고 배웠다"고 웃었다.

하지만 양효진도 "예전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움직이면 되는 상황'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체력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8일을 쉬고 29일 GS칼텍스와 맞붙는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지친 선수들에게 이틀의 휴가를 주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