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사업 이끄는 협업 플랫폼
기업 인정 안돼 공동 사업 땐
중기 지원 혜택 제한 '불이익'
중소기업 아닌 중기협동조합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면 상법상 주식회사 등 영리기업이 업종별 매출 등이 기준에 적합한 때에만 중소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간혹 중소기업시책별 특성에 따라 필요한 경우 개별 법률에서 정할 때 중소기업자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 때문에 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97개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제약공업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약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공동으로 처리하기 위해 공동 폐수처리시설을 운영 중이다. 제약조합은 폐수처리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악취방지법에 따른 악취저감기술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해당 법령의 지원대상이 중소기업의 사업장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위탁 운영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 ‘중소기업과 다름없는 지위’라는 걸 여러 번 소명한 끝에 2017년 관련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조합 관계자는 “중기협동조합의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 가능 여부가 운영기관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공동사업 운영이 예측 가능성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에서 제외
제약공업협동조합은 어렵게 정부 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아예 지원을 받지 못한 조합도 많다. 129개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은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려운 기술 R&D와 시험·검사 사업을 공동사업으로 운영 중이다. 펌프 관련 완제품 검사를 위해 부설연구소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기업부설연구소 지원제도’엔 참여할 수 없다. 지원 대상을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으로만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인력수급 지원 정책에도 참여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청년채용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내일채움공제 등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중소협동조합은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없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다양한 공동사업 등을 수행하는 인력에 대해 중소기업 인력지원 제도에서 배제돼 신규 인력 채용 및 장기근속 유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조속히 인정돼야”
업계는 중소기업협동조합 역시 중소기업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이 조합을 통해 공동구매·판매를 하고, R&D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본질적인 기업 행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속 업계의 권익 대변이 주요 임무인 협회 및 단체와 중기협동조합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공동사업을 수행하며 일정한 요건에 부합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은 포괄적으로 중소기업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 전이라도 중소기업 지원기관에서 사업공고 등을 통해 중기협동조합을 지원 대상에 포함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중기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올해 중기부가 발표한 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에 추진과제로 포함돼 있는 만큼 업계에선 정부가 관심을 두고 챙겨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