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법안 발의, 논의는 1년째 '제자리'…과기계, 입법 필요성·시급성 공감

국가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정부 연구개발(R&D)사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예산이 20조원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럿 남아있다.

1순위로 꼽히는 게 151개의 R&D 법령·지침·매뉴얼을 정리하는 것이다.

연구 현장에서 정부 부처와 기관마다 다른 규정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는 호소가 나온 지 오래다.

1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작년 국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코자 R&D 규정을 통합하는 내용의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는 1년째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과학기술계 단체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관 기관과 함께 입법의 시급성을 알리는 토론회를 열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연내 법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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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은 모든 정부 R&D 사업에서 '공통 기준'이 된다.

연구과제의 공모·선정 과정, 연구비 지급·사용 규정, 연구개발 성과의 소유·관리·활용에 대한 내용 등 국가 R&D 사업의 규범이 정리되는 셈이다.

법이 시행되면 부처마다 제각각인 규정이 정리되는 효과를 내 연구자들의 행정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별법에는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연구 행정을 전담조직이 수행하도록 하는 '연구-행정 분리'가 명시돼 있다.

매년 받는 '연차평가'를 과제 특성에 맞게 '단계평가'(약 2~3년 주기)로 전환하는 조항도 있다.

논문 부정행위, 연구비 부정 사용, 보안규정 위반 등은 국가 R&D 부정행위 범위로 규정해 연구 책임성을 확보토록 했다.

부정행위 제재에 대한 이의가 있을 때는 제3의 기관에서 재검토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연구 현장에서는 특별법의 발의 취지에 공감, 입법이 시급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국물리학회장인 이범훈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부처별로 나뉜 규정 때문에 현장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한다"며 "'연구자의 행정부담 경감'을 목표로 정리한 특별법의 취지에 많은 연구자가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법이 입법돼 연구 행정 혁신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면서도 "이후 하위법과 행정체계를 정비하는 등 후속 조처가 있어야 연구 현장에서 '혁신'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행정 간소화', '공동 관리 규정의 업그레이드' 등 총괄적인 측면에서 특별법은 그간 많은 연구자가 원한 내용"이라며 "여러 부처 사업을 하다 보면 PMS(연구과제관리시스템)가 각각인데 이 시스템의 통합도 탄력을 받지 않겠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연구제도혁신기획단의 공동 단장을 맡았던 이승복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특별법은 R&D 20조 시대에 맞는 정부 R&D 혁신의 철학, 사업의 원칙과 기준을 비롯해 연구자·연구개발기관·연구관리 전문기관·정부의 책무 등을 균형적으로 포함하고 있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질적 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R&D 공통 규범인 '공동관리규정'은 약 20년 전인 2001년에 제정됐는데, 이는 사업수행을 위한 행정절차만을 규정했다"면서 "'추격형 연구에서 선도형 연구로 전환'한다는 정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매우 미흡하다"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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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