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 시민권 부여 법안 美하원 계류…KAGC·홀트 등 법안통과 위한 연대 구성
美시민권 없는 입양한인의 고통…민간단체들 힘 합쳤다
"나는 미국을 위해 싸웠습니다.

미국은 나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
13일(현지시간) 오전 미 워싱턴DC 연방의회 건물에서 해군 제복을 입은 30대 중반의 한국인 여성 리아 씨가 연단에 섰다.

한국에서 태어나 아기일 때 네브래스카주의 미국 시민 양부모에게 입양됐지만 제대로 시민권 신청이 되지 않아 지금까지 시민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미 해군 예비군이라는 리아 씨는 '나는 영광과 용기, 헌신을 가지고 조국의 해군 전투부대에 자랑스럽게 복무한다'는 해군의 신조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국가에 대한) 나의 헌신이 입양인에 대한 미국의 헌신보다 훨씬 깊다"며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자신 같은 사람들을 위해 나서주기를 기대했다.

리아 씨 같은 처지에 놓인 입양아들에게 시민권을 찾아주는 법안 통과를 위해 미국의 민간단체들이 힘을 합쳤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대표 김동석)와 홀트아동복지회, 입양인권익캠페인(ARC)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입양인 평등을 위한 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 발족 행사를 열었다.

지난 5월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 등이 발의해 계류된 '입양인 시민권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고 20여개 단체와 함께 법안 통과를 위한 활동에 돌입하는 것이다.

전국연대에 따르면 1945∼1998년 미국으로 건너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입양인들이 적게는 2만5천명, 많게는 4만9천명에 달한다.

2033년이면 이 숫자는 최대 6만4천명까지 늘어난다고 전국연대는 전했다.

이 중에는 6·25전쟁 시절부터 한국에서 입양된 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양부모가 시민권 취득 절차에 대해 잘 몰랐거나 양부모의 이혼, 파양 등의 곡절을 겪으면서 시민권 없이 살아가게 된다고 KAGC는 설명했다.

시민권이 없는 탓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 쉽고 구직 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2017년에는 3세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40년을 살다 한국으로 추방된 애덤 크랩서 씨의 기구한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두 곳의 양부모 가정에서 버림받으면서 시민권 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AGC는 "2016년에도 법안이 발의됐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는 하원 공화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개리 팔머 의원도 동참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위원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 축사를 통해 "성사를 위해 필요한 건 오직 공화당의 더 폭넓은 지지일 뿐"이라며 "무언가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높일수록 더 의회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美시민권 없는 입양한인의 고통…민간단체들 힘 합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