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이사장
대형업체 골판지·박스 일괄 생산
영세업체들 가격 경쟁에서 밀려
구본영 박스조합 이사장(62)은 “14일이 박스조합 설립 30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영세한 박스업체가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설립 30년 맞은 박스조합
구 이사장은 박스조합 이사와 감사를 거쳐 2016년 2월 제10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1982년 대우에 입사해 10년가량 근무한 뒤 1993년 서울지공에 입사했다. 서울지공은 구 이사장의 부친이 1971년 설립한 골판지업체다. 중소기업중앙회 이사인 구 이사장은 중앙회 표준원가특별위원회 위원, 협동조합활성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스조합은 1989년 11월 한국지함공업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조합원사 130여 곳이 공산품 상자, 농산물 상자, 각종 기능성 상자, 택배포장용 상자 등을 만든다. 골판지상자를 비롯한 박스산업의 지위 향상과 권익 보호가 설립 취지다.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포장재 개발과 포장재의 대체재 연구 등도 추진하고 있다. 박스산업은 대형 이커머스 업체의 새벽배송 등으로 연간 1억 상자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골판지상자는 최근 기능성 포장재의 발전으로 각종 식품류, 젖은 생선 등을 포장할 수 있는 고기능성 제품이 개발되는 추세다.
구 이사장은 “박스산업은 100% 내수산업인 동시에 노동집약적인 저부가가치 산업”이라면서도 “최근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돼야”
박스업계는 제지 및 골판지 업체와 관련이 깊다. 제지업체는 골판지 상자의 원지인 산업용 용지를 생산하고 골판지업체는 원지로 골판지 상자 생산에 사용되는 원단을 만든다. 박스업체는 골판지 원단을 구매해 최종 골판지 상자를 제조한다. 구 이사장은 “제지업체와 골판지업체, 박스업체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동반 성장해야 한다”면서도 “대형 업체들이 제지뿐 아니라 골판지와 상자를 모두 제조하는 일관체제 형태여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상자업체들은 원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과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스업종은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지난해 기간이 끝났다. 박스조합은 종사자의 75%가 10인 이하인 점을 들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구 이사장은 “박스업체들은 종사자 수가 대부분 10인 이하로 영세하기 때문에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보호받아야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고 자립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스조합은 온라인 쇼핑몰인 박스웨이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2009년 선보인 박스웨이의 연간 매출은 4억원 남짓이다. 농협 우체국 국방부 등 신규 수요처 발굴도 시급하다. 박스업체가 준정부 기관 등의 사업에 일정 부분 참여하면 조합사들의 매출에도 적잖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박스조합은 공동구매 활성화에도 적극적이다. 박스 생산의 부자재인 철선 밴딩끈 잉크 등을 공동으로 구매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한 해 공동구매로 10억원 정도를 쓴다.
구 이사장은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몰이 커지고 택배산업이 성장하면서 박스 수요는 늘고 있다”며 “박스 생산 업체들이 자리 잡아갈 수 있도록 조합에서 공동구매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