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퇴진 환영…美국무부 "쿠데타 아니다" 시위대 폭력엔 자제 촉구
트럼프 "민주주의 의미있는 순간…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선거 부정 논란 속에 사임을 선언한 데 대해 "서반구 민주주의를 위한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베네수엘라와 정권 등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 등 트럼프 행정부가 규탄해온 중남미 '좌파 정부' 지도자들이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며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연대를 표하고 볼리비아 반정부 시위대를 한목소리로 비난하는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모랄레스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과 관련, "14년에 가까운 집권 끝에, 그리고 볼리비아 헌법과 국민의 의지를 무시하려는 최근의 시도 뒤에 이뤄진 그의 퇴진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볼리비아 국민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명할 길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볼리비아 국민들이 자유를 요구한 데 대해, 그리고 볼리비아군이 국민뿐 아니라 헌법도 지키겠다는 맹세를 준수한 데 대해 찬사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들 사건은 베네수엘라 및 니카라과 등 불법적 정권들에 민주주의와 국민의 의지는 항상 승리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완전하게 민주적이고 번영하며 자유로운 서반구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볼리비아 의회에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수락하고 정치적 공백을 채우기 위한 민간인 주도의 이양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조속히 회의를 소집하라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을 쿠데타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에 대해 "이는 볼리비아 국민이 유권자의 의지를 무시하는 정권을 겪을 만큼 겪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위의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볼리비아 국민들을 향해 폭력에 기대서는 안 된다며 "이미 너무 많은 폭력이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폭력이 발을 붙일 곳은 없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이어 미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볼리비아 국민이 민주주의와 헌법적 질서를 확실히 재확립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볼리비아의 헌법은 권한의 합법적 승계를 위한 확실한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시민 사회의 지도자들이 헌법적 질서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경로를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당국자는 이와 함께 볼리비아 시위자들의 베네수엘라 대사관 점거와 관련해선 "우리는 외교적 임무에 대한 불가침성을 매우 심각하게 간주하고 있다"며 "이 상황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이러한 불가침성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