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 그라운드 적응 대신 아부다비에서 '질 높은 훈련' 선택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레바논전이 열릴 그라운드에 적응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모험수'를 던졌다.

11일(이하 한국시간) 대표팀에 따르면 벤투호는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4차전 전날인 13일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의 공식 훈련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당초 아부다비에서 예정됐던 11~12일 훈련에 이어 13일에도 오전에 아부다비에서 마지막 훈련을 소화한 뒤 베이루트행 전세기를 타기로 했다.

베이루트에서는 잠만 자고 14일 경기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현지답사를 다녀온 결과 경기장 시설이나 잔디 등 훈련 여건이 좋지 않아 아부다비에서 마지막까지 훈련하고 넘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과 함께 진행되는 공식 훈련은, 그라운드 상태 등을 미리 확인할 중요한 기회다.

선수들은 직접 적진의 그라운드를 밟아보며 잔디 상태와 그에 따른 패스의 강약 조절 등 세세한 '감'을 익힐 수 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 기회를 포기하는 대신 여건이 좋은 아부다비에서 마지막까지 더 질 높은 훈련을 한 뒤 적진으로 넘어가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레바논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등 정국이 불안한 점도 벤투 감독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

벤투호는 올해부터 원정 경기의 경우 '적진에 최대한 늦게 들어간다'는 기조를 보여왔다.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차 예선 1차전 때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조지아와 평가전을 치른 뒤 경기 전날에야 결전지인 아시가바트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때도 경기 전날 공식 훈련만큼은 소화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국내 친선경기는 파주 축구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마지막 훈련을 한 적이 있지만, 해외 원정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공식 훈련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전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도 공식 훈련을 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레바논의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14일 오후 10시 열린다.

한국은 2차 예선 H조에서 2승 1무로 5개 팀 중 1위(승점 7·골득실 +10)를 달리고 있지만, 2위 북한(승점 7·골 득실 +3)에 골 득실에서 앞서 있는 상황이다.

레바논전에서 승리하고 선두를 굳히면 4경기 중 3경기를 홈에서 치르는 2차 예선의 후반을 한결 편한 분위기에서 치를 수 있게 된다.

레바논전에 이어서는 19일 오후 10시 30분 아부다비에서 '남미 최강'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