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훈 변호사 '당신의 이혼을 응원합니다' 출간
"20년 지나면 결혼계약 갱신 여부 선택하도록 해야" 주장도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누구나 손꼽는 대학의 법대를 나와 직장생활 6년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김향훈 변호사는 법무법인에서 재개발·재건축 업무를 주로 맡으면서 관련된 책도 여러 권 내 이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그러나 이 밖에도 그의 전문 분야가 있으니 바로 '이혼'이다.

그 자신이 결혼 두 번, 이혼을 두 번 한 경험이 있어 이혼한 사람들의 처지와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 김 변호사가 이혼에 관한 책을 냈다.

제목은 도발적이게도 '당신의 이혼을 응원합니다'.
제목처럼 이혼이 '응원'할 일이 아니란 건 그도 잘 안다.

다만 불행한 결혼 생활을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이혼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을 변호사로서, 또 '경험자'로서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이혼해야 하는가.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가정 문제를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지고 결국에는 만남이나 전화를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 변호사는 주변에 5번 이상 이혼에 대한 의견을 묻고 같은 이야기로 6개월 이상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면 이혼하는 게 맞는다고 말한다.

또 심각하게 이혼이 고민된다면 주변 사람들보다는 부부 상담 전문가나 변호사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물론 변호사를 만나려면 상담료는 지불해야 하며 안 그러면 상담이 부실해진다는 변호사다운 부연 설명도 잊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이혼 상담을 하러 온 여성 의뢰인에게는 반드시 3가지를 물어본다고 한다.

'이혼할 의사가 확고한가', '자녀는 누가 키울 것인가', '이혼한 후에는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이다.

대부분 3번째 질문에서 막힌다.

그러면 그것부터 대책을 마련한 뒤에 다시 오라고 돌려보낸다.

누가 뭐라 해도 이혼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중요하다.

양육비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양육비는 전 배우자에 대한 부양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 절반이어서 그리 많이 안 나온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재산분할 3억~4억원, 위자료 2천만~3천만원 정도여서 살 집 구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최소한 한 달에 150만~200만원이라도 벌 수 있으면 과감히 이혼을 고려하고 그렇지 않다면 보류하는 것이 낫다고 김 변호사는 충고한다.

변호사로서 좀 더 전문적인 조언도 한다.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될 때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신용카드 사용 명세와 출국 명세를 확인할 수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불륜 상대가 누군지를 파악해야 법률자문을 받더라도 효과적인 대안, 공격 및 방어 방법 준비에 도움이 된다.

그러니 이름, 나이, 직업, 전화번호, SNS 정보 등 되도록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한다.

또 '보고 싶어', '어제 어땠어'와 같은 문자, 메시지 등 부정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놓는 것이 좋다.

물론 음성을 포함한 블랙박스 자료도 가능하다면 수집해야 한다.

불륜 상대자를 법적으로 응징하고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부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조처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 변호사는 이 밖에도 이혼 후 자녀의 친권과 면접교섭권, 양육권, 재혼시 상속문제, 협의이혼 합의서에 담겨야 할 내용 등에 관한 법률 규정과 그의 적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법률 전문가로서, 또 '이혼 유경험자'로서 김 변호사가 내놓는 가족 관계 제도의 개선 방안도 있다.

결혼과 이혼 과정에서 크게 덴 적이 있는 사람은 다시 결혼하기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일단 동거해 보고 결혼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다른 이유로도 서로 사랑하고 같이 살면서 결혼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프랑스의 '동거약정제' 같은 제도를 도입해 법령상 부부에 준하는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 직장에서 수당을 지급받거나 동거를 그만두어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가 있으며 무엇보다 병원에서 배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급히 필요한 동의를 해 주지 못 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동의받기 어려운 논쟁적인 주장도 내놓는다.

예컨대 "결혼계약이 종신이나 무기한이라고 법으로 정한 제도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해치는 위헌이 아닐까"라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20년 정도를 법정기간으로 하고 그 후에는 계약을 갱신하거나 종결할 권리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혼이 실패가 아니기에 자신은 "결혼에 2번 성공했고 이혼에도 2번 성공했다"고 한 김 변호사는 "내 삶은 나의 것이다.

인생은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으며 한 번뿐이다.

그러니 우리 이제 행복해지자"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했다.

끌리는 책. 288쪽. 1만3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