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덴부르크문 앞 시민 3만명 소망 담은 '리본 하늘' 전시
파란색과 노란색 리본으로 덮인 베를린 하늘 아래 많은 시민이 서서 담소를 나누거나 걷고 있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일인 9일 전야에 축제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었다.

3만개의 리본으로 덮인 하늘은 동서베를린의 경계에 있던 브란덴부르크문으로부터 150m가 이어졌다.

리본 하늘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를 가져온 동독 시민들의 평화혁명을 기념하고 통일 독일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시민 3만 명의 메시지가 담겼다.

미국인 작가 패트릭 션의 설치 작품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기념해 이번 주부터 전시 중이다.

리본 하늘을 한참 바라보던 카타냐는 기자와 만나 "베를린만의 특별한 기억으로, 베를린 시민이 특별히 경험할 수 있는 장벽 붕괴 30주년 행사이기 때문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 붕괴 9개월 전에 동독의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맞닥뜨려서 부모가 굉장히 당황해했다고 하지만 몇년 후 서독지역으로 이사했고, 부모도 새로운 직업을 얻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

브란덴부르크문 인근에는 장벽 건설부터 붕괴까지를 다룬 야외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당시 전 세계로 타전됐던 주요 보도사진을 모아놓았다.

9일 직접적으로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야기한 동독 공보담당 정치국원인 귄터 샤보브스키의 당시 기자회견 사진도 걸려 있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쁨을 전하던 시민들의 생생한 육성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는데도 많은 시민이 사진 전시물 앞에서 당시의 현장 모습을 찬찬히 느끼고 있었다.

브란덴부르크문 앞에는 9일 밤 예정된 기념공연 준비도 한창이었다.

공연에서는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 아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심포니가 연주를 하고, 독일의 유명 뮤지션들이 출연한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도 참석한다.

동베를린 지역의 대표적인 광장인 알렉산더플라츠의 주변 건물 외관에는 3D 영상물이 투영되고 있었다.

민주화를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나온 동독 시민들의 모습, 통일 조약이 체결된 뒤 환호하는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알렉산더플라츠에서는 록 밴드의 '3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베를린 장벽을 둘러싼 질곡의 역사를 보여주는 작은 사진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티나라는 여성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해 태어났단다.

서독 출신인 그는 인종차별주의와 극우세력의 부상 등이 우려된다면서 30주년을 계기로 다 같이 의미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를린은 이번 주 내내 축제 중이다.

장벽 붕괴 기념 행사만 200여 개에 달한다.

한국 관련 행사들도 이날 베를린에서 열렸다.

베를린 장벽이 지나던 인근의 성 마테우스 교회에서는 사찰 음식으로 유명한 정관 스님의 '화합의 만찬' 행사가 저녁에 열렸다.

40여 명의 독일인과 교민들이 바루공양을 체험했다.

정관 스님은 남북의 자연을 한 그릇에서 음미할 수 있는 메뉴를 선보였다.

그는 "정신적인 에너지와 물질적인 에너지를 연결하는 게 음식으로, 이곳에서 예수님과 부처님이 하나가 됐고, 남북이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서 만난 미술사 전공 대학원생인 카롤린 그라이펜슈타인(25)은 "최근 베를린에서 장벽 붕괴 관련 행사가 많아 의미를 생각하게 됐는데, 여전히 분단을 겪는 한반도의 재료로 특별한 체험을 하니 더 생각할 거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베를린 장벽과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를 주제로 한 '언월'(Unwall)이라는 그룹전이 베를린 쿤스트크바티어 베타니엔의 전시장 프로젝트라움에서 전날부터 관람객을 맞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를린지회의 청년회원들도 이날 베를린에서 '웬 통일'이라는 행사를 열고, 옛 동독지역 청년 중심의 단체 '퍼스펙티브 호흐 드라이'(Perspektiv Hoch 3)는 단체의 회원들을 초청해 통일의 의미와 후유증 극복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