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비확산회의'서 美 태도 변화 촉구…"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
"북미 관계, 양국 정상 사적관계에 기반해 지탱"…북미대표 본격 회동 없어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을 향해 기회의 창이 닫혀가고 있다면서 연내에 미국이 전향적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조 국장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모스크바 비확산회의-2019'(MNC-2019) 한반도 세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뒤 참관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이같이 밝혔다.

北조철수 "기회의 창 매일 닫히고 있다…美 연말까지 결정해야"(종합2보)
조 국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 및 대화 유지를 위한 긍정적 추진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가장 긴급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측(북한 측)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으나, (이 문제는) 일방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동일한 수준에서 미국 측의 응답이 있어야 하며 그래야 우리도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 측에) 말한 것들을 행동으로 증명해달라고 요구해왔다"면서 "물론 양국 간 견해차가 있었으므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미 미국에 올해 말까지 시간을 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미국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줬으며 올해말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어떤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전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기회의 창'은 매일 조금씩 닫혀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요구해온 북미 관계 개선과 체제 안전 보장, 제재 완화 등에 대한 미국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재차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국장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우리의 입장에 변함이 없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대화가)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측에 우리의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물론 (미국 측의)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있지만 그저 대화 뿐이고 어떠한 유형의 결과도 가져오지 못할 대화라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北조철수 "기회의 창 매일 닫히고 있다…美 연말까지 결정해야"(종합2보)
조 국장은 내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지 못할 경우의 북미 협상 전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미국의 국내문제이므로 앞서나가고 싶지 않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북미 관계는 양국 정상의 사적 관계에 기반해 지탱되어 왔음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트럼프 재선에 대한 기대를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조 국장은 질의응답에 앞선 기조 발표에선 "만약 미국이 자신의 반북(反北) 적대 정책들을 철회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온갖 수작을 부린다면, 그것은 가장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한반도 문제의 향후 진전은 온전히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MNC는 원자력 에너지와 핵 비확산 문제 연구를 주로 하는 모스크바의 독립연구소 '에너지·안보센터'가 2∼3년에 한 번씩 개최해오고 있다.

비확산 분야 민·관·학계 인사가 모이는 '1.5 트랙'(반관반민) 성격의 행사로, 올해는 40여개국에서 300여명이 참가했다.

7일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8∼9일 양일간 본 회의가 열려 핵 비확산 문제와 관련한 여러 주제가 논의되고 있다.

올해 MNC에는 북한에서 조철수 국장, 미국에서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 한국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참가해 북미, 남북 정부 인사 간 회동 여부가 관심을 끌었으나 이날까지 실질적 접촉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조 국장이 발표자로 참석한 한반도 세션에도 이도훈 본부장, 램버트 특사 등이 참관자로 자리를 함께했으나 북미, 남북 인사들은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눈 것 외에 본격적 대화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北조철수 "기회의 창 매일 닫히고 있다…美 연말까지 결정해야"(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