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로 기소되면서 고유정(36)이 궁지에 몰렸다. 고씨는 애초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지만, 수사를 받던 중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여러가지 정황증거가 나타나면서 결국 의붓아들과 전 남편을 연속해서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의 배경과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살펴본다.
◇ 살인의 배경
고유정과 피해자인 강모(36)씨의 결혼생활은 결혼 3년째인 2016년 6월경 파탄에 이르렀다.
둘 사이에 아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별거에 들어갔다.
강씨는 2016년 11월 고씨의 잦은 폭행과 자해행위 등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했다.
반대로 고유정은 이듬해 3월 강씨의 경제적 무능과 육아 소홀 등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했다.
고씨는 결혼 파탄에 이르게 된 모든 책임을 강씨에게 돌렸고, 아들에 대한 강씨의 면접교섭 요구도 거부했다.
고씨는 강씨에 대해 '야비하고 더럽다', '아들과의 인연을 끊게 만들겠다'는 등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강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법원의 조정에 따라 고씨가 아들에 대한 친권을 갖지만,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토요일에 전남편과 아들을 만나게 하는 조건으로 이들은 2017년 6월 2일자로 이혼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과 이혼한 뒤 5개월여 지난 2017년 11월 17일 현 남편 A(37)씨와 재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고씨는 재혼 후 아들과의 만남을 요청하는 전 남편의 요구를 계속해서 거부해 갈등을 빚었다.
또 2018년 10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두차례 임신과 유산을 반복하는 등 불행이 겹쳐 일어났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고씨가 현 남편에게 많은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 남편이 유산한 아이에 대한 관심보다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의붓아들 B(5)군만을 아끼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전 남편은 1년 넘게 친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자 2018년 10월 30일 법원에 고씨를 상대로 면접교섭권 이행명령 신청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고씨는 올해 1월 29일과 2월 26일, 4월 9일 연이어 법원의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세 차례에 걸쳐 법원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다가 고씨는 법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뒤 5월 9일 법원에 출석해 조정에 합의했다.
1차 면접교섭은 5월 25일 청주에서, 2차 면접교섭은 6월 8일 제주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 첫 번째 살인
이 과정에서 고씨의 의붓아들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 10분께 고유정의 현 남편 A씨가 잠에서 깬 뒤 숨져 있는 아들을 발견한 것이다.
B씨와 그의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B군이었다.
경찰의 감식 결과 B군의 시신에서 폭행이나 아동학대 의심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이틀 뒤인 4일 '질식사 추정'이라는 국과수 부검 1차 구두소견을 받았다.
과학수사계 감식과 국과수 1차 소견에서 명백한 타살 혐의점이 나오지 않아 경찰은 정밀 부검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5월 1일 경찰은 국과수로부터 B군이 엎드린 채 전신이 10분 이상 눌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를 통보받았다. 사건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고유정은 의붓아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이었던 5월 25일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6월 1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6월 초 고씨에 대해 의붓아들 살해 가능성, 현남편 A씨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수사했다.
추가 약물 검사, 거짓말 탐지기, 통신, 디지털 포렌식,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분석 등 다각적인 수사에도 '고유정에 의한 살인', 'A씨의 과실치사' 양쪽 모두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현 남편 A씨 모발에 대한 국과수 추가 약물 검사에서 통상적인 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수면유도제 성분(독세핀, Doxepin)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고씨의 휴대전화 등에서 B군이 숨진 날 새벽 고씨가 잠들지 않고 깨어있었다는 정황 증거도 확보했다.
앞서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남편과 B군이 자는 방과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어 몰랐다"고 한 고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경찰과 검찰은 전국 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 6명, 법률·법의학 전문가들의 분석을 거쳐 '고유정에 의한 살인'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검찰은 고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현 남편이 의붓아들인 B군을 아끼는 태도에 대한 불만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 두 번째 살인
검찰은 고씨가 전 남편 강씨로 인해 불안한 재혼생활이 계속될 것이라 판단했고, 결국 전 남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남편과 잦은 다툼, 전 남편과 아들의 면접교섭 등으로 인해 자신의 아들을 현 남편의 친자처럼 키우겠다는 계획도 위기에 처했다.
고씨는 법원 조정절차를 마친 지난 5월 10일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그는 졸피뎀과 제주 키즈 펜션 무인, 혈흔, 호신용 전기충격기, 니코틴 치사량, 수갑,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에 관한 내용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등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은닉하기 위한 각종 범행 도구와 장소 등을 물색했다. 이어 5월 20일 강씨에게 "25일 제주에서 만나자~~ 마침 제주일정 늘어나서 제주에서 보는 게 ○○(아들)이한테 더 좋을 것 같다 괜찮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청주에서 보기로 했던 1차 면접교섭 장소를 제주로 바꿨다.
이후에도 제주에서 카레와 표백제, 고무장갑, 식칼 등 각종 범행 도구를 구매했다.
검찰은 고씨가 25일 저녁 무렵 미리 준비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카레와 음료수 등 음식물에 희석해 피해자가 먹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추정 범행 시각은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까지다.
이후 고씨는 5월 26∼31일에 이 펜션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제주 인근 해상에 버리고, 친정에서 별도로 소유한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에서 목공용 테이블 전기톱을 배송받아 나머지 시신을 추가로 훼손해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렸다고 검찰은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