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엎드려 잠자던 의붓아들 10분 이상 강하게 눌러 살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이 의붓아들까지 살해한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검은 7일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고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달 21일 청주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18일 만이다.

검찰은 그동안 강력범죄를 전담하는 형사1부에 사건을 배당, 형사1부장을 팀장으로 하고 검사 2명을 팀원으로 구성해 사건 기록을 검토하며 수사해왔다.

그러나 고씨가 의붓아들 A(5)군을 죽였다는 결정적인 증거(스모킹건)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3월 2일 오전 고유정이 엎드려 자고 있던 피해자(A군)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 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현 남편의 잠 버릇이 고약해 자는 도중 피해자를 눌러 숨지게 했다고 주장하지만, 법의학자들의 감정결과를 종합적으로 확인한 결과 피고인의 의도적인 행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씨가 의붓아들을 살해한 동기도 일부 설명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두차례 임신 후 유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현 남편이 유산한 아이에 대한 관심보다 피해자(A군)만을 아끼는 태도를 보이게 되자 적개심을 가지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씨는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주 상당경찰서와 청주지검은 약물 검사, 거짓말 탐지기, 통신, 디지털 포렌식,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분석 등 다각적인 수사를 통해 고유정이 A군을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고유정의 현 남편 모발에서 수면유도제 성분(독세핀, Doxepin)이 검출된 점과 A군이 숨진 날 새벽 고씨가 깨어있었던 정황증거를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또 의붓아들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을 통해서도 A군이 엎드린 채 전신이 10분 이상 눌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검찰이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고씨를 기소하면서 고씨의 전 남편 살해 재판에 병합해 심리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함에 따라 재판부도 재판의 효율성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고유정, 의붓아들도 살해"…경찰, 잠정 결론 / 연합뉴스 (Yonhapnews)
지난 6차 공판에서 검찰이 의붓아들 살해 사건을 병합 요청할 예정이라고 하자 재판부는 고씨의 변호인에게 "병합 요청에 대한 의견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반면, 전남편 유족의 법률대리인은 전 남편 살해 사건 1심 판결이 예정대로 12월 중에 나와야 한다며 의붓아들 사망 사건과 병합 심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피고인이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형량을 선고하려면 두 사건에 대해 하나의 선고가 내려져야한다고 본다"면서 "병합 여부 결정은 법원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씨의 재판은 오는 18일 예정돼 있다.

의붓아들 살해 사건이 병합된다면 재판은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내년까지 이어진다.

검찰이 의붓아들 사건의 경우 실체적 진실을 뒷받침할 '스모킹건' 없이 정황증거만으로 고씨를 기소함에 따라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지난 3월 2일 오전 4∼6시께 의붓아들 A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이어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