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높은데 작품성 부족"…건축주·업계 항의에도 道측 "미술시장 공정 회복 의지 확고"
경기도가 공공 미술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형 건물을 지을 때 설치하는 미술작품에 대한 심의제도를 강화한 이후 심의 탈락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회는 지난 10월 29일 열린 회의에서 심의 대상 미술작품 33건을 모두 부결 처리했다.
부결 사유는 크게 ▲작품가격 과다 책정 ▲작품성과 독창성 부족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를 비롯한 공공성 결여 등이었다.
이밖에 개별 작품별로는 작품설명과 작품형태 불일치, 유사 작품 다수 설치, 안전성 우려, 과도한 장식 등이 지적됐다.
경기도는 그동안 "건축주와 미술품 제작업체 간 가격담합과 이중계약, 특정 작가의 독과점, 화랑과 대행사 로비, 학연·지연에 따른 불공정 심의 등이 오랜 관행이었다"며 "이 때문에 작가에게 정당한 창작료가 지급되지 않은 채 미술시장이 왜곡되고 공공미술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심의위를 새로 구성해 심사를 강화하기 시작한 지난 9월 심의에서 25건 중 3건이 가결된 것을 포함하면 두 달 동안 58건 중 심의를 통과한 작품은 5.2%인 3건뿐이다.
심사를 강화하기 전인 올해 1~8월 336점 중 210점(62.5%)이 통과된 것과 비교하면 '심의 장벽'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심의 부결이 속출하자 건축주와 미술인단체에서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도는 "공공 미술시장의 공정성과 예술성 확보를 위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의 강화는 지난해 11월 "도민의 문화 향유권 보장과 작가들의 창작환경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달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올해 5월 도의회를 통과한 관련 조례를 놓고 한국화랑협회와 한국조각가협회 등이 반발하고 문화체육부가 조례 재의를 요구했으나 경기도는 6월 조례 공포를 강행했다.
조례에는 심의 강화와 함께 '연면적 1만㎡ 이상 공동주택(민간임대주택 제외)의 미술작품 공모제 의무화'를 규정했으나 아직 신축에 따른 심의 대상으로 올라온 사례는 없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건축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거나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해야 한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는 1972년 도입돼 1995년부터 의무화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전체 미술시장의 총 거래금액 4천942억원 가운데 건축물 미술작품이 879억원으로 17.8%를 차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