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채용 과정 중 전산오류로 합격·불합격이 뒤바뀐 경우 정신적·물질적 피해 등이 인정되더라도 현실적인 구제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민사적 소송으로 넘어가도 승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차 합격 발표 과정에서 전산오류로 합격자가 뒤바뀐 데 대해 서강대 로스쿨은 김상수 법학전문대학원장 명의 사과문을 내고 “합격자를 정정 발표한다”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합격·불합격이 뒤바뀐 지원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4일 서강대 로스쿨 관계자는 “(합격 번복된 지원자들에 대해)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전산오류로 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의 ‘운명’이 뒤바뀐 경우는 종종 있었다. 지난 10월엔 KOTRA 신입사원 공채전형 중 전산오류로 합격처리 됐던 8명의 응시자가 최종면접을 앞두고 면접기회를 잃었다. 2017년 삼양그룹 신입사원 공채 2차 전형에서는 탈락자 370여 명이 합격통보를 받기도 했다.

학교나 기업의 전산오류로 합격자가 뒤바뀌어도 실질적인 보상을 받거나 구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노무사는 “채용확정 통보를 받은 후 합격이 번복됐다면 단순 취소가 아닌 ‘해고’가 될 수 있지만 채용 절차 도중 합격자가 바뀌었다면 민사적 소송에 들어가야 한다”며 “소송 자체는 가능하지만 승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로스쿨 사례 등의 경우 이론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확보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위자료 지급 정도는 인정될 수 있지만 상징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격 번복이 비리때문이 아닌 실수에서 비롯됐으므로 해당 기관에 대한 법적 처벌도 어렵다”면서도 “개인적으로 학교나 기업들이 학생들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 줄 의무는 있다”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