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영화 관객, 작년보다 62만명 줄어
日 애니 '날씨의 아이' 측 "일본 작품에 대한 편견 거둬주길"
"일본 작품들에 대한 편견을 거둬주십시오."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수입·배급사가 4일 언론에 보낸 호소문이다.

'날씨의 아이'는 2017년 국내 개봉 당시 371만명을 동원,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이다.

비가 그치지 않던 어느 여름날, 도쿄에서 가출 소년 호다카가 하늘을 맑게 하는 소녀 히나를 만난 뒤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이달 3일 기준 총 33만7천155명을 동원했다.

이런 첫 주 개봉 성적은 전작보다 70% 이상 감소한 수치다.

당초 이 작품은 10월 초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한일 갈등 속에 국민 정서와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한 달가량 늦게 개봉했다.

수입사 미디어캐슬 등은 "낮은 인지도를 타개하기 위해 일반 관객과 접점이 있는 곳들과 마케팅 협업을 타진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면서 "일본어가 나오는 예고편 등을 지상파 매체 등에 게재할 수 없고, 이 시국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이 작품으로 일본에 가는 이익은 없다.

그저 수십억 비용만 투자한 국내 영화사만이 지금 상황을 손실로 접어두게 됐다"며 "이 작품이 만났던 모든 외면과 실패가 공정한 것인지 질문하고 싶다"고 했다.

日 애니 '날씨의 아이' 측 "일본 작품에 대한 편견 거둬주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한국 관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케줄을 조정하면서까지 한국을 찾는 등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터넷과 SNS에서는 이 영화의 흥행 실패 원인을 꼭 일본제품 불매운동에서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은 돋보였지만, 스토리 전개 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도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CGV 관람객들이 매기는 평점은 89%로, '82년생 김지영' 96%, '터미네이터-다크페이트' 93% 등보다 낮은 편이다.

'날씨의 아이' 흥행 부진뿐만 아니라 올해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관객 수는 작년보다 확연히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3일까지 일본 영화를 본 관객 수는 183만4천904명(점유율 0.9%)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5만3천819명(1.3%)보다 61만8천915명 감소했다.

올해 일본 영화 개봉 편수는 578편으로 작년 같은 기간 453편보다 오히려 늘었다.

상반기에 일본 영화 개봉이 몰렸으나, 한일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7월 이후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최근 선보인 심은경 주연 일본 영화 '신문기자'도 총 관객 1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날씨의 아이' 측은 "현재 많은 일본 콘텐츠에 투자한 영화사들은 대기 중인 그들 작품 앞에 심약한 마음을 되새김질하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라며 "다른 유사 작품들에 대한 편견을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