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인간 중심 학문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경제학자 변형윤 회고록 출간…"시장경제는 만능 아냐"
원로 경제학자인 학현(學峴)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삶을 돌아보며 쓴 회고록 '학현일지'(學峴逸志)가 출간됐다.

1927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난 변 교수는 경성중학을 졸업한 뒤 1945년 서울대 상대 전신인 경성경제전문학교에 들어갔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28살에 모교 강단에 섰고, 약 30년간 교수로 봉직하며 후학을 길렀다.

그는 영국 경제학자 앨프레드 마셜을 국내에 소개했고, 마셜이 남긴 "경제학도들은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한다"는 경구를 강조했다.

회고록 첫머리에 언급한 인물도 마셜이다.

아울러 '경제수학', '현대경제학', '통계학', '분배의 경제학', '반주류의 경제학', '한국경제의 진단과 반성' 등 많은 저서를 집필했고, 평등과 분배 정의를 지향하는 경제학을 연구했다.

변 교수는 '행동하는 지성'으로도 유명하다.

1960년 서울대 교수 신분으로 4·19 혁명에 참여했고, 1980년에는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으로서 시국선언에 앞장섰다가 해직됐다.

당시 그가 세운 '학현연구실'은 훗날 '서울사회경제연구소'로 확장됐다.

그는 회고록에서 자신의 호를 고조부에 관한 글에 나오는 학현(鶴峴)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고(故) 이우성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학' 자를 배울 학(學)으로 바꾸자고 제안해 이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상대 교수, 한겨레신문 발기인, 경실련 공동대표, 제2건국추진위원회 대표공동위원장 활동에 관해 기술한 그는 마지막 장에 경제학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현대경제학은 시장경제를 절대 만능으로 여기고 이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만능은 아니다.

문제는 '시장이냐, 정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떠한 방법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더 필요한가 하는 인간 중심의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경제학은 인간 중심의 학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현대경영사. 310쪽. 2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