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편 개작…'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출간
다시 쓴 중단편으로 보는 김숨 소설의 뿌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소설로 알려진 김숨은 어느덧 등단 20년을 넘기며 한국 문단을 이끄는 작가 중 한명이 됐다.

그가 20여년 전 처음 쓴 소설을 새롭게 고쳐 세상에 다시 내놓았다.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는 등단작인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느림에 대하여'와 이듬해 문학동네신인상 수상작 '중세의 시간' 등을 개작해 실은 독특한 작품집이다.

'느림에 대하여'는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로, '중세의 시간'은 '슬픈 어항'으로 제목을 바꿨다.

여기에 2014년 발표해 2015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뿌리 이야기'까지 중단편 소설 3편을 담았다.

애초 계획은 첫 소설집 '투견'의 개정판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던 작가는 다른 소설은 넣어두고 이번 책에 포함된 초기작 두 편을 새로 쓰다시피 했다.

작가의 말에서 김숨은 "첫 등단작이자 생애 처음 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자신이 소설가가 된 것은 기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심한 부끄러움에 사로잡혔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쓴 두편 초고를 완성한 그는 생애 처음 쓴 소설이 '뿌리 이야기'와 닿아있음을 깨달았다.

김숨은 "등단 후 내가 지금껏 쓴, 쓰고 있는 단편과 장편들이 어디에서 왔고, 오고 있는지 가계도 같은 게 그려졌다"고 전했다.

'뿌리 이야기'는 철거민, 입양아, 위안부 등 사회에 굳건히 뿌리내리지 못한 사람들 이야기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됐고, 이후 본격적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썼다.

작가가 상당 부분 손본 소설 세편이 담긴 이번 작품집은 이렇게 나왔다.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심을 두고 이주민과 디아스포라적인 삶을 작품에 담아온 김숨은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담은 '한 명', '흐르는 편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등을 썼다.

이상문학상 외에 동리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받았다.

문학동네. 168쪽. 1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