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짐바브웨를 37년 동안 통치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시신이 28일(현지시간) 그의 고향인 즈빔바 지역의 쿠타마 마을에 묻혔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과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쿠타마 마을은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서쪽으로 약 90㎞ 떨어져 있으며 장례식에는 그의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와 자녀 등 수백명이 참석했다.
장례식 참석자들은 무가베를 짐바브웨의 '창시자', '해방자' 등으로 칭송하는 표현이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무가베의 영정 옆에 선 신부는 "우리는 아버지를 잃었기 때문에 가슴에서 피가 난다"며 애도했다.
장례식에 짐바브웨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무가베는 이달 6일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서 95세로 숨졌다.
무가베의 시신이 짐바브웨로 운구되고 난 뒤 유족과 정부는 시신 안장 장소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무가베의 아내 그레이스는 무가베가 생전에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향에서 묻히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유족은 무가베가 자신의 죽음과 장례로 에머슨 음낭가과 현 대통령이 정치적 이득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짐바브웨 정부는 무가베의 시신을 하라레의 '국가영웅묘역'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거대한 동상과 조형물이 있는 국가영웅묘역은 북한 건축가들이 설계와 조성에 참여한 유공자 묘지다.
짐바브웨 정부는 유족이 무가베 시신의 국가영웅묘역 안장에 동의했다가 최근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무가베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옛 로디지아의 백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짐바브웨 건국에 앞장선 독립투사로 국민의 칭송을 받았지만, 독재자로 오명을 남겼다.
그는 1960년대 짐바브웨 독립운동을 주도하다가 수감생활을 했고 1980년 짐바브웨의 초대 총리에 올랐다.
무가베는 집권 초기 인종화합 정책을 선언하고 교육과 보건 부문 개혁으로 국제사회의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점차 반대 인사 탄압과 부정부패, 사치 등으로 국가를 파탄에 빠뜨리고 국민의 분노를 초래했다.
결국 무가베는 41살 연하의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하다가 2017년 11월 군부 쿠데타와 의회의 탄핵 절차 등에 직면한 뒤 사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