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한국인 지도자 내세워 여자복식 강화…한국도 주력 종목
한국인 지도자 경쟁…셔틀콕 한·중·일 여자복식 삼국지 후끈
"울컥했어요.

"
강경진 중국 배드민턴 대표팀 여자복식 코치는 지난 21일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중국오픈에서 4강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코트에서는 한국의 장예나-김혜린과 중국의 천칭천-자이판이 겨루고 있었다.

천칭천-자이판은 4강에서 한국을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강 코치는 중국 제자들이 금메달을 목에 건 것에 기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지켜봐 온 한국 제자들이 패한 뒤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마음 아프기도 했다.

2017년 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을 지낸 강 코치는 현재 중국 대표팀 여자복식 코치를 맡고 있다.

29일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열린 인천공항 스카이돔에서 만난 강 코치는 "기분이 묘했지만, 제가 맡은 역할을 잘해야 한국이 욕을 안 먹는다고 생각했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서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강 코치의 복잡한 심경은 한·중·일 배드민턴 여자복식의 미묘한 경쟁 상황을 대변한다.

한국인 지도자 경쟁…셔틀콕 한·중·일 여자복식 삼국지 후끈
강 코치가 중국 대표팀 코치를 맡게 된 것은 중국 배드민턴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중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 8월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4개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반면 일본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

배드민턴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중국은 충격에 빠졌고, 세계 최강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파격을 선택했다.

중국 배드민턴 대표팀 역대 최초의 외국인 코치로 강 코치를 영입한 것이다.

강 코치는 "한국 대표팀을 오래 맡았기에,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더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고, 가족들의 응원에 용기를 얻었다"고 중국행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은 강 코치에게 여자복식 강화를 주문했다.

여자복식은 일본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여자복식 세계랭킹 1∼3위가 모두 일본 선수들이다.

중국이 일본을 견제하려면 여자복식부터 잡아야 한다.

일본이 배드민턴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전설' 박주봉 감독의 힘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일본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박 감독은 지난 15년간 일본 배드민턴의 시스템을 바꿔 세계 최강 자리에 올려놓았다.

한국인 지도자 경쟁…셔틀콕 한·중·일 여자복식 삼국지 후끈
한국인 지도자를 중심에 둔 중국과 일본의 여자복식 경쟁은 한국 배드민턴에도 큰 타격을 준다.

여자복식은 한국 배드민턴의 주력 종목이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5위 이소희-신승찬, 세계랭킹 8위 김소영-공희용과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장예나-김혜린 등이 이끄는 여자복식은 한국 배드민턴이 국제대회에서 가장 꾸준히 성적을 올리는 종목으로 꼽힌다.

박 감독은 "중국이 결승에서 일본과 만나려면 토너먼트 대진상 한국을 먼저 꺾어야 한다.

한국도 결승에 오르면 일본과 중국을 모두 잡아야 한다.

일본도 한국과 중국을 다 이겨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한·중·일 여자복식의 먹이사슬 관계를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일본의 여자 복식조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랭킹 관리를 잘해놨다.

반면 한국은 최근에 조를 확정해 점점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고, 유독 일본조에 강하다.

중국은 최근 변화를 주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한·중·일 여자복식 대결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서로를 넘어야 하므로 2020 도쿄올림픽까지 피 튀기는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인 지도자 경쟁…셔틀콕 한·중·일 여자복식 삼국지 후끈
일단 코리아오픈에서는 한국이 웃었다.

29일 한국 맞대결로 열린 여자복식 결승에서 김소영-공희용이 우승, 이소희-신승찬이 준우승을 차지하며 금·은메달을 휩쓸었다.

공희용은 "중국은 공격적이면서 빠르고, 일본은 수비가 좋아 긴 랠리에서 이겨야 점수를 딸 수 있다.

한국 팀과 맞대결할 때는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실수를 줄이는 부분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말했다.

김소영은 "외국 선수와 경쟁, 대표팀 내부의 경쟁은 모두 좋은 자극제가 된다"며 "상대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자기의 경기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