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 공시 늘었는데…공시대리인 지정 회사는 1곳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코스닥 한계기업 늘어 자금 조달 계획 등 번복 많아"
상장사들의 불성실공시가 계속 증가세다.
기업의 영업환경 악화로 자금조달 등 계획 이행이 어긋나는 사례가 많아졌으며 특히 코스닥 시장의 작은 기업은 인력 등의 부족으로 공시 업무 실수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코스닥 기업들의 공시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자 도입한 공시대리인 제도는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 올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106건…작년 동기 대비 26% 증가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는 85곳(코스피 9곳·코스닥 76곳)이다.
한 회사가 여러 차례 지정된 경우도 있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106건(코스피 9건·코스닥 97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월)의 지정 건수(84건)보다 26.2% 늘어난 수준이다.
연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2017년 82건(코스피 11건·코스닥 71건)에서 지난해 112건(코스피 11건·코스닥 101건)으로 36.6%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증가세다.
최근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지정건수는 작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는 기업이 규정상 공시해야 할 내용을 정해진 기한 내에 공시하지 않는 경우(공시 불이행), 먼저 공시한 내용을 아예 취소하거나 주요 부분을 바꾼 경우(공시 번복), 기존의 공시 내용 가운데 금액 등 수치를 일정 비율 이상 바꿔 다시 공시하는 경우(공시 변경) 등이다.
이 가운데 올해는 공시 불이행이 전체 지정 사유(중복 사유 포함 110건)의 44.5%(49건)로 가장 많고 공시 번복 42.7%(47건), 공시 변경 12.7%(14건) 등 순이다.
작년(연간)에는 전체 121건(중복 포함) 중 공시 불이행과 번복, 변경의 비중이 각각 46.3%(56건), 47.9%(58건), 5.8%(7건)였다.
올해 가파르게 증가한 공시 변경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와 관련해 납입기일이나 금액 등을 변경한 경우가 많았다.
공시 번복에서는 전환사채 발행 결정이나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근래 한계기업이 늘면서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 이행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과의 문제 등으로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사 수가 2017년 2천37개(코스피 774개·1천263개), 2018년 2천106개(코스피 788개·코스닥 1천318개), 올해 2천150개(코스피 789개·코스닥 1천361개)로 늘어난 것도 불성실공시법인 증가에 한 요인이 됐을 수 있다.
◇ 제재 강화 필요?…업계 "현행 수준 약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불성실공시를 줄이기 위해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기업들은 지금의 제재 수준도 그리 약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행 규정을 보면 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 회사에 규정 위반의 고의성 여부, 과실의 경중,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벌점을 0~10점까지 부과하고 8점 이상인 경우에는 추가로 제재금을 3천200만원(1점당 400만원씩) 이상 부과한다.
또 코스닥 기업은 1년간 쌓인 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다.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심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장폐지에 몰릴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시 사항인지 잘 모르거나 업무 담당자의 실수로 공시를 잘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벌점이나 제재금을 더 올린다면 작은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된다"며 "특히 코스닥 기업은 벌점으로 상장폐지 심사까지 받을 수도 있어 공시규정 위반을 가볍게 생각하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래소 관계자 역시 "제재 강화 문제는 상장사는 물론 금융당국 등의 의견까지 수렴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공시 지원 제도 효과는 '아직'
금융당국은 불성실공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코스닥 시장의 공시 건전성을 높일 방안으로 '공시대리인 지정' 제도를 지난 5월 내놨다.
이 제도는 코스닥 기업 중 상장 3년 이하의 법인과 중소기업(중소기업기본법상 자산총액, 매출액 기준 등을 충족하는 회사, 2017년 말 기준 778곳)이 공시업무 경력자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에게 공시 업무 대리를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래소는 공시대리인의 미공개정보 이용 또는 공시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관련 기업들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제도를 실제로 받아들여 공시대리인을 지정한 회사는 단 한 곳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업들 입장에선 아직 낯설게 여길 수 있을 것"이라며 "공시대리인을 도입한 회사가 실제로 공시업무가 수월해지는 등의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 다른 기업들에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시대리인을 지정하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공시 업무에 일부 관여할 필요가 있어 기존 공시 담당자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그렇게 보면 공시대리인 지정에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그리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공시대리인 제도 외에 코스닥 기업들의 공시 실무 지원을 위해 '공시체계 구축 컨설팅 방안 연구용역'을 맡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방안을 토대로 공시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을 상대로 원활한 공시업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연합뉴스
기업의 영업환경 악화로 자금조달 등 계획 이행이 어긋나는 사례가 많아졌으며 특히 코스닥 시장의 작은 기업은 인력 등의 부족으로 공시 업무 실수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코스닥 기업들의 공시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자 도입한 공시대리인 제도는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 올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106건…작년 동기 대비 26% 증가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는 85곳(코스피 9곳·코스닥 76곳)이다.
한 회사가 여러 차례 지정된 경우도 있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106건(코스피 9건·코스닥 97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월)의 지정 건수(84건)보다 26.2% 늘어난 수준이다.
연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2017년 82건(코스피 11건·코스닥 71건)에서 지난해 112건(코스피 11건·코스닥 101건)으로 36.6%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증가세다.
최근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지정건수는 작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는 기업이 규정상 공시해야 할 내용을 정해진 기한 내에 공시하지 않는 경우(공시 불이행), 먼저 공시한 내용을 아예 취소하거나 주요 부분을 바꾼 경우(공시 번복), 기존의 공시 내용 가운데 금액 등 수치를 일정 비율 이상 바꿔 다시 공시하는 경우(공시 변경) 등이다.
이 가운데 올해는 공시 불이행이 전체 지정 사유(중복 사유 포함 110건)의 44.5%(49건)로 가장 많고 공시 번복 42.7%(47건), 공시 변경 12.7%(14건) 등 순이다.
작년(연간)에는 전체 121건(중복 포함) 중 공시 불이행과 번복, 변경의 비중이 각각 46.3%(56건), 47.9%(58건), 5.8%(7건)였다.
올해 가파르게 증가한 공시 변경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와 관련해 납입기일이나 금액 등을 변경한 경우가 많았다.
공시 번복에서는 전환사채 발행 결정이나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근래 한계기업이 늘면서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 이행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과의 문제 등으로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사 수가 2017년 2천37개(코스피 774개·1천263개), 2018년 2천106개(코스피 788개·코스닥 1천318개), 올해 2천150개(코스피 789개·코스닥 1천361개)로 늘어난 것도 불성실공시법인 증가에 한 요인이 됐을 수 있다.
◇ 제재 강화 필요?…업계 "현행 수준 약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불성실공시를 줄이기 위해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기업들은 지금의 제재 수준도 그리 약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행 규정을 보면 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 회사에 규정 위반의 고의성 여부, 과실의 경중,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벌점을 0~10점까지 부과하고 8점 이상인 경우에는 추가로 제재금을 3천200만원(1점당 400만원씩) 이상 부과한다.
또 코스닥 기업은 1년간 쌓인 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다.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심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장폐지에 몰릴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시 사항인지 잘 모르거나 업무 담당자의 실수로 공시를 잘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벌점이나 제재금을 더 올린다면 작은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된다"며 "특히 코스닥 기업은 벌점으로 상장폐지 심사까지 받을 수도 있어 공시규정 위반을 가볍게 생각하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래소 관계자 역시 "제재 강화 문제는 상장사는 물론 금융당국 등의 의견까지 수렴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공시 지원 제도 효과는 '아직'
금융당국은 불성실공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코스닥 시장의 공시 건전성을 높일 방안으로 '공시대리인 지정' 제도를 지난 5월 내놨다.
이 제도는 코스닥 기업 중 상장 3년 이하의 법인과 중소기업(중소기업기본법상 자산총액, 매출액 기준 등을 충족하는 회사, 2017년 말 기준 778곳)이 공시업무 경력자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에게 공시 업무 대리를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래소는 공시대리인의 미공개정보 이용 또는 공시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관련 기업들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제도를 실제로 받아들여 공시대리인을 지정한 회사는 단 한 곳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업들 입장에선 아직 낯설게 여길 수 있을 것"이라며 "공시대리인을 도입한 회사가 실제로 공시업무가 수월해지는 등의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 다른 기업들에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시대리인을 지정하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공시 업무에 일부 관여할 필요가 있어 기존 공시 담당자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그렇게 보면 공시대리인 지정에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그리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공시대리인 제도 외에 코스닥 기업들의 공시 실무 지원을 위해 '공시체계 구축 컨설팅 방안 연구용역'을 맡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방안을 토대로 공시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을 상대로 원활한 공시업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