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 '위태'…"태동기여서 지켜봐야"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차세대 반도체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미래사업에서 주도권을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화웨이(華爲)와 알리바바가 공개한 반도체는 모두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으로 지목한 '차세대 반도체'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6일 5세대 이동통신(5G) 통합칩 '기린(麒麟) 990 5G'를 공개하고, '세계 최초'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4일 삼성전자가 5G 통신용 칩과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하나로 통합한 5G 통합칩 '엑시노스 980'을 공개하며 시장을 이끄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곧이어 25일에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AI칩 '한광(含光) 800'을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이 제품을 머신러닝에 특화된 고성능 NPU(Neural Processing Unit·신경망처리장치)라고 정의했다.

NPU 역시 삼성전자가 지난 6월 AI 핵심 기술로 지목하고 전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분야다.

당시 관련 설명회에서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 강인엽 사장은 "NPU 사업 강화로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해 4월 '반도체비전 2030'을 선언하고 5G, AI, 사물인터넷(IoT)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반도체 부문을 출범시킨 지 불과 1년 만에 NPU 기술을 공개하고, 화웨이도 작년에 이어 지속해서 5G 반도체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이 또한 위태로워졌다.
특히 차세대 기술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여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줄곧 견지해왔던 '초격차' 전략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미국의 견제를 받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공격적인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통신 쪽 역량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쉽게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강인엽 사장 또한 설명회에서 화웨이 등 업체들의 NPU와 삼성전자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에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NPU 기술은 아직 태동기여서 지금으로선 단순 비교가 어렵다"면서 "하지만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지금까지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