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일 석유기지 주변서 해질녘마다 출현…군·경 수사 결과 민항기 결론
'가급 중요' 거제 석유기지 주변 사흘 뜬 미확인 비행체 정체는
가급 국가 중요시설인 경남 거제 석유비축기지 주변 상공에 미확인 비행체가 사흘 연속 출현해 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그 정체는 민항기로 최종 확인됐다.

26일 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해질녘인 오후 7시를 전후해 거제시 석유비축기지 인근 상공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잇따라 포착됐다.

첫날인 17일 빛을 내며 움직이는 비행체를 발견한 석유비축기지 초소 근무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군·경은 뒤이어 추적에 나섰지만 당장 비행체의 정체를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다.

경찰은 해당 비행체를 추적하려고 억대의 경찰 드론도 띄웠지만, 당시 해풍이 너무 강해 드론이 제대로 뜨지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과정에서 일대 이·착륙 의심 지점을 샅샅이 수색하는 등 경찰 인원도 대거 배치했지만 특별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고성능 드론도 뜨지 못할 정도의 바람에도 해당 비행체는 끄떡없이 날아간 점, 통상 드론이 배터리 성능상 10∼15분 비행할 수 있는데 반해 해당 비행체는 그보다 오래 운행한 점 등을 토대로 일단 드론일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이에 경찰은 민항기일 수 있다고 보고 군 등과 협조해 확인한 결과 당시 제주 또는 동남아 쪽으로 향하던 민항기 궤적과 일치함을 최근 파악했다.

또 군 해안기지에 설치된 열상감지장비(TOD) 등으로 정밀 분석을 한 결과 민항기의 불빛인 것으로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대테러 용의점이나 대공 보안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지만,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보안 대책에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신고를 계기로 미확인 비행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추적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도 됐다"며 "무엇보다 석유비축기지는 국가 중요시설이면서도 비행금지구역으로는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석유비축기지는 국내에서의 원활한 석유 수급 및 가격 안정,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추진돼 가급 국가 중요시설로 지정돼 있다.

거제기지 저장용량은 4천700만 배럴로 여수지사에 이어 국내 2번째로 크다.

국내에는 모두 9개 석유비축기지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