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 땅 넘긴 지주가 손해배상 소송…법원, 구청 책임 인정
"구청이 토지환매권 통지 안 해 손해 끼쳤다면 배상해야"
구청이 공익사업을 위해 개인 토지를 취득했다가 사업계획 폐지에도 해당 토지를 지주에게 환매하지 않아 지주가 손해를 봤다면, 구청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13부(조희찬 부장판사)는 A씨가 울산 중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9천8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중구청은 2003년 도시계획도로 건설계획에 따라 A씨 소유 토지 400㎡를 취득했다.

이후 해당 토지 일부에는 도로가 개설됐지만, 도로 개설계획이 변경·폐지됨에 따라 일부는 민간업체가 진행하는 아파트 건축 부지에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중구청은 A씨에게 환매권(원소유자가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라는 통보나 공고는 하지 않았다.

A씨는 "도로 사업 필요성이 없어졌는데도 중구청이 환매권을 통지하지 않았고, 결국 이를 행사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중구청은 "토지 일부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아파트 도로 사업에 편입돼 있어 공익사업 필요성이 소멸한 토지가 아니다"면서 "나머지 일부는 건설업체에 매도했지만, A씨는 10년이 지나서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손해배상 청구권은 시효가 소멸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최초 중구청의 토지 취득은 구체적으로 특정된 공익사업 목적이었으므로, 주택 건설사업에 필요하거나 그 일환으로 교통시설로 용도가 지정됐더라도 환매권 성립이나 소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중구청이 주장한 소멸시효 완성과 관련해서는 "구청이 A씨에게 환매권 발생을 통지하지 않은 부작위에 따라 A씨에게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환매권 행사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발생했다"면서 "A씨가 손해배상 청구권과 관련해 손해나 가해자를 알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소멸 시효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