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2000 프랑스 FA컵 '칼레의 기적'이 대표적 사례
올해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 진출한 화성FC도 4부리그

4부리그에 덜미 잡힌 토트넘…'하위리그 반란'의 짜릿함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토트넘이 리그2(4부리그) 소속 콜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덜미를 잡혀 카라바오컵 3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하위리그 반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한국시간) 영국 콜체스터의 잡서브 커뮤니티 스타디움. 2019-2020 카라바오컵 3라운드(32강)에 진출한 콜체스터는 전후반 90분 동안 토트넘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작전을 앞세워 0-0 무승부를 끌어냈다.

콜체스터는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밀집수비 전술로 토트넘 공격진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콜체스터는 후반 37분에야 첫 슈팅이 나왔을 정도였다.

콜체스터는 4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은 제로였다.

반면 토트넘은 19개의 슈팅(유효슈팅 4개)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고, 결국 연장전 없이 승부차기로 들어갔다.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승부차기에서 결정을 짓겠다는 콜체스터의 작전에 토트넘이 말려들어 간 셈이다.

토트넘은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지난 주말 레스터시티전에 선발로 나섰던 11명의 선수 가운데 무려 10명을 바꾸는 로테이션을 시행한 게 독(毒)이 됐다.

토트넘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첫 키커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콜체스터로 넘어갔다.

콜체스터의 3번 키커도 실축한 뒤 두 팀 4번 키커 모두 득점에 성공하면서 스코어는 3-3으로 팽팽했다.

토트넘의 마지막 키커인 루카스 모라가 실축하고, 콜체스터의 마지막 키커의 슛이 골 그물을 흔들자 1만명 규모의 작은 홈경기장을 꽉 채운 콜체스터 팬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하위리그 반란'의 기쁨을 선수들과 만끽했다.

이처럼 하위리그 팀이 상위리그 팀을 잡는 장면은 팬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주게 마련이다.

4부리그에 덜미 잡힌 토트넘…'하위리그 반란'의 짜릿함
잉글랜드는 '축구종가' 답게 방대한 리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상위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부터 아마추어들이 뛰는 지역리그까지 한 때 24부 리그까지 운영되다 최근 20부 리그로 줄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1~11부리그(1부 EPL·2~4부 EFL·5~11부 NSL)까지 관장한다.

12부리그부터는 '동호인 축구'와 같은 아마추어팀이어서 사라지거나 새로 만들어지는 팀도 많다.

프리미어리그부터 2부리그인 챔피언십, 3부리그인 리그1, 4부리그인 리그2까지는 완전한 프로팀으로 운영된다.

5부리그부터 최하위리그까지는 세미 프로팀과 아마추어팀들로 채워진다.

리그의 수준 차이가 크다 보니 대회별로 나설 수 있는 자격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콜체스터가 토트넘을 물리친 카라바오컵은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에서 주관하고, 1~4부리그 팀만 참가할 수 있다.

대신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주관하는 FA컵은 1~10부리그 소속팀까지 참가 범위가 확대된다.

하위리그 팀들을 위한 대회도 따로 치러진다.

FA 트로피는 5~8부리그, FA 베이스(Vase)는 9~10부리그, FA 인터리그 컵은 11부리그 팀만 참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 축구에서 하위리그 팀이 프리미어리그 팀을 잡는 반란은 FA컵과 카라바오컵에서만 나오고, 이번 시즌 처음 프리미어리그 팀을 꺾는 '하위리그 반란'의 주인공은 콜체스터가 됐다.

콜체스터는 카라바오컵 2라운드 때 이미 프리미어리그 소속인 크리스털 팰리스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하고 3라운드에 진출해 '하위리그 반란'의 시동을 걸었다.

4부리그에 덜미 잡힌 토트넘…'하위리그 반란'의 짜릿함
콜체스터는 3라운드에서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이자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4위를 차지한 강호 토트넘과 만나 또다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따내며 2경기 연속 프리미어리그 팀을 무너뜨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축구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하위리그 반란은 '칼레의 기적'이다.

프랑스 4부리그 팀이었던 칼레는 1999-2000 시즌 프랑스 FA컵에서 상위리그 팀을 꺾고 결승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고,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후 하위리그 반란의 대명사로 남게 됐다.

올해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는 화성FC가 하위리그 반란의 주인공을 예약했다.

국내 4부리그 격인 K3리그 소속 화성FC는 '전통의 강호'인 K리그1(1부리그) 수원 삼성과 4강 1차전에서 승리해 결승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K3리그 팀이 준결승에 올라간 것도 화성FC가 처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