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끼리 합의에 구속력 부여
재판의 10% 비용으로 해결 가능
한국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의 피신청 규모(약 6조7500억원)가 세계 최대 수준이며 대외무역이 많은 한국 산업 구조 특성상 국내 기업들이 중재 사건의 당사자로 다투는 경우도 많다.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들이 당사자인 국제중재사건은 국제상업회의소(ICC)에서 54건으로 일본(31건)과 인도(47건)를 앞섰으며 중국(59건)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싱가포르 협약 가입을 계기로 조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다.
중재업계는 조정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법원 재판의 10분의 1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르면 한두 달 만에도 결론이 난다. 싱가포르 협정은 합의 결과를 서로 파기할 수 없게 하기 때문에 분쟁 해결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싱가포르 협약이 효과를 내려면 3개 이상의 가입국이 자국에서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한국 역시 기업들이 협약 적용을 받으려면 국회 비준을 통과시켜야 한다.
싱가포르 협약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재업계 관계자는 “분쟁 기업들이 서로 짜고 ‘돈세탁’을 시도할 수도 있고, 각국이 의회를 거치면서 어떻게 제도를 변화시킬지 모른다”며 “우리도 법원이 적용하는 민사조정법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국내 기업에 가장 유리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