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테러' 꼼짝 마…AI 레이더로 찾고 가짜 GPS 신호로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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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피격 방어무기 개발 경쟁
사우디 원유 시설 공격한 드론
최대 시속 370㎞로 저공 비행
기존 레이더로 식별 쉽지 않아
사우디 원유 시설 공격한 드론
최대 시속 370㎞로 저공 비행
기존 레이더로 식별 쉽지 않아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시설이 드론(무인항공기) 미사일 테러를 당했다. 공격의 배후를 두고 각국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드론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스푸핑, 인공지능(AI) 레이더 등이 드론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로 꼽힌다.
만만찮은 소형 드론 요격
이번 사우디 테러에 사용된 드론은 우리에게 익숙한 ‘쿼드콥터(네 개 프로펠러를 가진 헬리콥터) 드론’이 아니다. 비행기 형태의 고정익(翼) 드론이 쓰였다. 테러를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예멘 후티반군은 고정익 드론인 이란의 ‘아바빌’을 ‘콰세프’란 이름으로 개조해 테러 용도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빌 총중량은 80㎏ 안팎이며 최대속도는 시속 360~370㎞에 이른다. 최장 700㎞를 비행할 수 있다. 길이가 2~3m로 작은 편이고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레이더로 식별이 쉽지 않다. 예멘 반군은 콰세프와 자체 개발한 장거리 비행(1500~1700㎞) 무인기 삼마드를 이번 테러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기술개발사업단장은 “이번 사우디 테러에 정교한 타격이 가능한 ‘웨이포인트 내비게이션’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격 지점 좌표를 찍고 드론이 GPS 신호를 따라 비행한 후 폭격하는 방식이다. 한 번 좌표를 찍으면 지상 조종사와 교신을 끊고 비행하기 때문에 전파 신호를 추적하기 어렵다.
강 단장은 “소형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 유효거리가 반경 5㎞ 내외”라며 “초당 약 100m(시속 370㎞)로 돌진하는 드론을 막는 게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형 드론 테러의 유일한 방어 수단은 GPS 재밍”이라고 설명했다.
위성인 척 가짜 GPS 신호 보내
미국의 GPS, 러시아의 글로나스, 유럽의 갈릴레오, 중국의 베이두 등을 통틀어 글로벌내비게이션위성시스템(GNSS)이라고 한다. GNSS의 대표격인 GPS는 위성과 수신기의 위치, 양측 간 거리, 신호를 주고받는 시간 등을 변수로 만들어 푸는 일종의 함수다. 이 중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GPS도 엉망이 된다.
드론을 교란시키는 GPS 재밍의 대표적 기술로 GPS 스푸핑이 꼽힌다. 가짜 GPS 신호를 보내 드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골자다. 드론의 현재 위치를 착각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드론도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가짜 신호 공격이 들어오면 드론은 ‘GPS 안전모드’를 발동해 가짜 신호에 저항한다. 안전모드 설계는 드론마다 제각각이다. GPS 스푸핑만으로 드론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용대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GPS 안전모드를 무력화하는 드론납치 기술을 개발했다. 김 교수팀은 세계 주요 드론업체인 중국 DJI의 ‘팬텀’, 프랑스 패럿의 ‘비밥’, 미국 3DR의 ‘솔로’ 등 상용 드론의 GPS 안전모드를 분석해 각각 납치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납치하는 방향을 기준으로 평균 10.5도의 오차를 갖고 드론을 유인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김 교수는 정수론을 전공한 수학자다. 보안 기술을 연구하다가 드론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히게 됐다.
AI로 드론 탐지 레이더 성능↑
GPS 재밍 기술에도 문제는 있다. 전시 상황 등 특별한 시점이 아니면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고성능 레이더로 드론을 식별해 요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현실적이란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군도 드론 탐지 레이더를 수입해 구축하고 있다. 2014년 3월 경기 파주시, 2017년 6월 강원 인제군에서 북한군 드론이 추락한 채 발견되면서 드론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분야 레이더는 이스라엘 라다·엘타, 영국 블라이터 등 해외기업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에선 한화, LIG넥스원 등 방산기업이 이를 도입했다.
고성능 드론탐지 레이더엔 ‘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기술이 들어간다. 360도로 회전하는 보통 레이더와 달리 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고도 특정 방향으로 강한 전파를 송수신하며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선 박성욱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때 이를 처음 선보였다.
드론탐지 레이더의 관건은 새와 비슷한 소형 드론을 어떻게 구분해 내느냐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 오대건 연구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과 함께 AI 최신 딥러닝 알고리즘 가운데 하나인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을 접목해 연구 중이다. 새의 날갯짓과 드론의 비행양상 등을 교차로 학습시켜 식별력을 높이는 것이다. 오 연구원 측은 능동위상배열 레이더와 GAN을 결합해 3㎞ 이상 떨어져 비행하는 소형 팬텀 드론을 탐지·식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한 논문은 최근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하위저널인 ‘IEEE 지오사이언스 앤드 리모트 센싱 레터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만만찮은 소형 드론 요격
이번 사우디 테러에 사용된 드론은 우리에게 익숙한 ‘쿼드콥터(네 개 프로펠러를 가진 헬리콥터) 드론’이 아니다. 비행기 형태의 고정익(翼) 드론이 쓰였다. 테러를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예멘 후티반군은 고정익 드론인 이란의 ‘아바빌’을 ‘콰세프’란 이름으로 개조해 테러 용도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빌 총중량은 80㎏ 안팎이며 최대속도는 시속 360~370㎞에 이른다. 최장 700㎞를 비행할 수 있다. 길이가 2~3m로 작은 편이고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레이더로 식별이 쉽지 않다. 예멘 반군은 콰세프와 자체 개발한 장거리 비행(1500~1700㎞) 무인기 삼마드를 이번 테러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기술개발사업단장은 “이번 사우디 테러에 정교한 타격이 가능한 ‘웨이포인트 내비게이션’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격 지점 좌표를 찍고 드론이 GPS 신호를 따라 비행한 후 폭격하는 방식이다. 한 번 좌표를 찍으면 지상 조종사와 교신을 끊고 비행하기 때문에 전파 신호를 추적하기 어렵다.
강 단장은 “소형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 유효거리가 반경 5㎞ 내외”라며 “초당 약 100m(시속 370㎞)로 돌진하는 드론을 막는 게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형 드론 테러의 유일한 방어 수단은 GPS 재밍”이라고 설명했다.
위성인 척 가짜 GPS 신호 보내
미국의 GPS, 러시아의 글로나스, 유럽의 갈릴레오, 중국의 베이두 등을 통틀어 글로벌내비게이션위성시스템(GNSS)이라고 한다. GNSS의 대표격인 GPS는 위성과 수신기의 위치, 양측 간 거리, 신호를 주고받는 시간 등을 변수로 만들어 푸는 일종의 함수다. 이 중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GPS도 엉망이 된다.
드론을 교란시키는 GPS 재밍의 대표적 기술로 GPS 스푸핑이 꼽힌다. 가짜 GPS 신호를 보내 드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골자다. 드론의 현재 위치를 착각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드론도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가짜 신호 공격이 들어오면 드론은 ‘GPS 안전모드’를 발동해 가짜 신호에 저항한다. 안전모드 설계는 드론마다 제각각이다. GPS 스푸핑만으로 드론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용대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GPS 안전모드를 무력화하는 드론납치 기술을 개발했다. 김 교수팀은 세계 주요 드론업체인 중국 DJI의 ‘팬텀’, 프랑스 패럿의 ‘비밥’, 미국 3DR의 ‘솔로’ 등 상용 드론의 GPS 안전모드를 분석해 각각 납치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납치하는 방향을 기준으로 평균 10.5도의 오차를 갖고 드론을 유인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김 교수는 정수론을 전공한 수학자다. 보안 기술을 연구하다가 드론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히게 됐다.
AI로 드론 탐지 레이더 성능↑
GPS 재밍 기술에도 문제는 있다. 전시 상황 등 특별한 시점이 아니면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고성능 레이더로 드론을 식별해 요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현실적이란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군도 드론 탐지 레이더를 수입해 구축하고 있다. 2014년 3월 경기 파주시, 2017년 6월 강원 인제군에서 북한군 드론이 추락한 채 발견되면서 드론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분야 레이더는 이스라엘 라다·엘타, 영국 블라이터 등 해외기업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에선 한화, LIG넥스원 등 방산기업이 이를 도입했다.
고성능 드론탐지 레이더엔 ‘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기술이 들어간다. 360도로 회전하는 보통 레이더와 달리 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고도 특정 방향으로 강한 전파를 송수신하며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선 박성욱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때 이를 처음 선보였다.
드론탐지 레이더의 관건은 새와 비슷한 소형 드론을 어떻게 구분해 내느냐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 오대건 연구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과 함께 AI 최신 딥러닝 알고리즘 가운데 하나인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을 접목해 연구 중이다. 새의 날갯짓과 드론의 비행양상 등을 교차로 학습시켜 식별력을 높이는 것이다. 오 연구원 측은 능동위상배열 레이더와 GAN을 결합해 3㎞ 이상 떨어져 비행하는 소형 팬텀 드론을 탐지·식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한 논문은 최근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하위저널인 ‘IEEE 지오사이언스 앤드 리모트 센싱 레터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