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부족으로 '휴게시간 근무' 불인정…일부 경비원 '최저임금 미달'은 인정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들 "휴게시간에도 근무" 소송 냈지만 패소
휴게시간에 일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아파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전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들이 사실상 패소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최형표 부장판사)는 퇴직 경비원 40여명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체불된 임금 등 14억2천여만원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총 2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들은 2017년 3월 "휴게시간으로 규정된 6시간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했다"며 노동청에 신고했고, 노동청 및 검찰 수사가 길어지자 이듬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사이 아파트는 경비원 고용 방식을 직접 고용에서 간접 고용으로 전환한다며 원고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고, 경비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원고들은 휴게시간을 포함해 24시간 경비실에서 수시로 무전 지시 등을 받으며 택배 보관, 재활용품 분리수거, 주차 관리 등의 업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하는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매월 2시간씩 받았으나 이 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고, 일부 원고는 격일로 하루 18시간 근무했음에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비원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들에게 부여된 휴게시간이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는 휴게시간에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지 말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며 "원고들이 야간 휴게시간에 잠을 잔다고 해도 이를 지적하거나 징계 대상으로 삼은 바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 측은 어느 원고가 주차 관리 업무를 수행했는지 특정하거나 증명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간혹 원고들이 야간 휴게 시간에 주차 관리를 했다 하더라도 빈도가 매우 낮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들을 지휘·감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일부 원고가 지급받은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 27명이 피고로부터 받은 임금 중 일부는 2015∼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며 "피고는 미달한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매월 2시간씩 받았다는 것은 인정할 증거가 없지만, 20분씩 받은 것은 인정된다"며 해당 금액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