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첫 발병 이후 이틀 만에 돼지 도축 재개…소독·통제 강화
도축 물량은 이전과 비슷…양돈 농가 반입·반출 전면 금지 방안 논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퍼지면 어쩌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르포] "ASF 퍼지면 안 되는데"…음성공판장 '살얼음판' 분위기
19일 오전 9시께 충북 음성군 삼성면 소재 농협 음성축산물 공판장.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늦은 이때서야 공판장 입구로 돼지를 실은 트럭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가는 차량에는 어김없이 분무 소독 세례가 쏟아졌다.

주변에 흐르는 적막을 깨는 건 갑작스러운 물기에 놀란 돼지들의 비명뿐이었다.

이곳은 하루 평균 500마리가 넘는 돼지가 도축돼 바로 경매에 넘겨지던 충북 유일의 돼지 공판장이다.

지난 이틀간은 돼지 도축작업을 할 수 없었다.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ASF가 발병하면서 48시간 동안 전국의 가축 이동 중지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도축이 안 되니 재고 물량을 제외한 경매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6시 30분을 기해 다행히 이동 중지 명령이 해제돼 도축작업을 재개했으나 축산 관계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워 보였다.

방재복을 입은 공판장 직원은 차량 곳곳을 소독하느라 여념이 없고, 운반 차량 운전자는 이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르포] "ASF 퍼지면 안 되는데"…음성공판장 '살얼음판' 분위기
만약을 우려해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터라 다른 인적은 뜸했다
이들은 한번 감염되면 100% 폐사하고, 아직 백신이나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은 ASF는 재앙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도 횡성에서 이곳으로 돼지 25마리를 싣고 온 운전자 박모(63) 씨는 "돼지열병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아직은 조용한 분위기이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모두 긴장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대다수 운반 차량 운전자들은 이런 대화조차 꺼리며 조심스러워했다.

공판장 출입관리 직원인 이모(65) 씨는 "터지지 말아야 할 게 터졌다"며 "외부인 통제와 공판장 출입 차량의 소독을 한층 강화하고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ASF 발병에 따른 이 공판장의 도축량 변화는 없어 보인다.

채병희 음성축산물 공판장 경영지원부장은 "ASF 발생 지역으로 여전히 반출이 금지된 경기권 물량의 비중이 음성공판장의 경우 평소 10% 미만이라 큰 영향이 없고, ASF 확산을 우려해 출하를 서두르는 농가의 동향도 아직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르포] "ASF 퍼지면 안 되는데"…음성공판장 '살얼음판' 분위기
일선 양돈 농가들은 일상생활을 사실상 접은 채 개별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며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돈 산업 관련 모임이나 행사는 모두 취소했고, 외부 출입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축사 주변에 생석회를 도포하고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씩 농장 내외부 소독작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일부에서는 경북도처럼 돼지 반입·반출을 전면 금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경북도는 이날부터 3주간 돼지와 분뇨의 도내 반입 및 타지역 반출을 모두 금지했다.

양돈 관련 차량이 이동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춘일 대한한돈협회 충북도협의회장은 "반입·반출 전면 금지는 개별 농가의 재산권을 제약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비상시기이니만큼 개별 손실을 감내하고 전체를 살리는 방안으로 신중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