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제로 꼽히다가 재수사…동물사체시험·미세증거 확보 등으로 기소까지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밝혀지면서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일컬어져 온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10년 전 '제주판 살인의 추억' 1심은 무죄, 2심은?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발생 9년 만인 지난해 피의자가 특정돼 재판에까지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사건으로 남아있다.

10년 전인 2009년 2월 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택시를 타고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집으로 가던 보육교사 A(당시 27·여)씨가 실종됐다.

A씨는 실종 일주일 뒤인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농로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 수사를 벌였으나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두달 후 경찰은 사건 당일 행적이 의심되는 택시기사 박모(현재 50)씨를 용의선상에 올렸으나, 직접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데다가 피해자 사망 시점이 박씨 행적과는 관련 없다는 부검 결과가 나와 그를 풀어줬다.

결국 사건 발생 3년여 만인 2012년 수사본부가 해체되면서 이 사건은 장기미제로 남는가 싶었다.

10년 전 '제주판 살인의 추억' 1심은 무죄, 2심은?
그러나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된 뒤 2016년 장기미제사건 수사팀이 가동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경찰은 피해자 사망 시점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동물사체 실험을 진행, 실험 결과와 법과학적 분석 등을 통해 피해자가 실종 당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한 사건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박씨가 운행하던 택시에서 A씨가 입었던 의류와 같은 소재의 실오라기를 발견하는 등 미세증거 증폭 기술을 이용해 증거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5월 박씨를 이 사건의 피의자로 긴급체포했으며,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법원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이후 A씨의 피부와 소지품 등에서도 박씨가 당시 입었던 것과 옷과 같은 종류의 실오라기를 찾는 등 발전된 과학수사 기법을 바탕으로 미세섬유 증거 보강에 주력했고, 폐쇄회로(CC)TV 영상 증거도 보강해 사건 당일 박씨가 차량에서 A씨와 신체적 접촉을 했을 가능성을 제시해 지난해 12월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강간살인 혐의로 박씨를 기소했고, 지난 6월 박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대부분의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택시에 탑승했는지를 밝히기 위한 미세섬유 증거, 피고인의 차량으로 보이는 택시가 녹화된 CCTV 영상 등 모두가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위법한 절차로 입수된 증거물도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해 사실관계를 오인했다"며 항소해 2심에서는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유력한 증거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수사 관련 내용을 보강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