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개시 도입해 집단소송제 확대·개선…피해 입증 쉬워질 듯
수사단계부터 공공변호서비스 도입…주택임차인 보호 강화 방안도 마련

'조국 체제' 첫 사법·법무개혁 시책 마련…취약층 구제에 방점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가 18일 협의한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방안'은 법률 취약층 구제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서민정책에 상당한 비중을 둔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본인과 가족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자칫 검찰 개혁에만 무게가 쏠리면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당정이 이날 협의한 개혁 방안 중 서민정책과 관련된 사안은 ▲ 집단적 피해 사건에서의 집단소송제도 확대·개선 ▲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 주택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보장 ▲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 등이다.

집단소송제도 확대·개선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피해자가 일반 국민 다수인 사건에서 피해의 효율적 구제를 위해 '증거개시명령제'를 도입하는 방안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증거개시명령제는 소송을 시작하기 전 당사자 양측이 서로를 상대로 증거조사를 먼저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본격적인 소송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당사자 요청에 따라 법원이 상대방에게 문서제출을 명령하는 방식이다.

제출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기업의 불법행위 증거를 밝혀내기 까다로운 사건에서 피해자 측이 적극적으로 기업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어 피해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제도라는 평가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재판을 받는 피고인뿐만 아니라 수사를 받는 피의자도 변호인의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공공변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현재 시행 중인 국선변호인 제도를 재판 전 단계까지 확대하는 셈이다.

민간 영역인 법률서비스 시장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만큼 우선은 미성년자나 농아, 심신장애 의심자 등 사회적 약자 등을 상대로만 제도를 우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상가 임차인에게만 보장되던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일반 주택 임차인에게도 보장하는 방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민의 주거안정 보장을 위한 제도로, 관련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이미 제출된 상태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을 몇 년 동안 몇회 보장할지 등 구체적 방식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견이 제기되고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피고인 재산 규모에 따라 벌금 액수에 차이를 두는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도 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벌금 일수를 먼저 정하고 여기에 피고인의 경제 사정을 고려한 하루 치 벌금액을 곱해 전체 벌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조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앞둔 지난달 26일 발표한 정책 구상에도 포함된 방안이다.

'조국 체제' 첫 사법·법무개혁 시책 마련…취약층 구제에 방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