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지 북한과 7∼8㎞ 거리…외국인 등 농장 관계자 출국 이력 없어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국내 첫 발병, 유입 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통해 전파 원인을 파악 중인 가운데 현재로서는 발병 농가의 위치 등을 고려해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파주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는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자유로를 따라 5㎞가량 떨어진 한강, 공릉천 합류 지점 인근으로, 북한과는 불과 7∼8㎞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오두산통일전망대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으로 임진강을 건너면 바로 북한 지역이다.
북한은 올해 5월 30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하는 등 ASF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북한과 오두산통일전망대 사이 임진강 폭이 500여m에 불과한 데다 썰물 때 강 한복판에 모래가 드러날 정도로 수위가 낮아 멧돼지는 물론 오소리나 너구리, 수달 등 육식동물이 쉽게 강을 건널 수 있다.
멧돼지뿐 아니라 육식동물 대부분이 수영에 능하다.
발생농가는 한강에서 공릉천을 따라 2.3㎞ 안쪽에 있고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직선거리로 5.2㎞ 떨어져 있다.
한강과 공릉천이 만나는 곳에 군부대 철책이 있어 멧돼지가 직접 공릉천을 거슬러 올라올 수는 없으나 멧돼지 사체를 뜯어먹은 오소리나 너구리는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경기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1996년 7월 대홍수 때 한강 하구 마지막 섬 유도에 북한에서 소 한 마리가 떠내려와 이듬해 1월 구출된 적도 있다.
이에 경기도는 최근 태풍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하는 등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야생 멧돼지가 떠내려와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야생동물에 의해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경우 김포, 강화, 고양 등 한강과 인접한 다른 지역도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노동자에 의한 전파 가능성도 있으나 해당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4명(네팔인)은 지난 1월 1일 이후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팔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국가도 아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외국산 축산물에 의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파된 것이지만 이 부분은 아직 정확히 파악된 것이 없다.
해당 농장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아 사용이 금지된 잔반도 먹이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축산 방역 당국은 추가 발병을 막기 위한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오두산통일전망대 앞 임진강 수위가 낮아 멧돼지 사체를 뜯어먹은 오소리 등 육식동물이 북한지역에서 발생농장까지 접근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에서 정밀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으나 다른 전파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고 말했다.
돼지에게만 발생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등 치명적이나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전파된 이 질병은 지난해 8월 이후 중국과 베트남으로 급속히 퍼진 뒤 올해 북한에 발생한 데 이어 국내에서까지 발병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