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옥 과기1차관, IAEA 총회서 기조연설…"IAEA·회원국의 공동역할 필요"
日 "과학적 근거 없는 日식품 수입규제, 부흥에 걸림돌…IAEA와 협력하겠다"
일본이 후쿠시마(福島)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한일 양국이 국제회의장에서 논쟁을 벌였다.

한국 정부는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것이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국제 사회의 관심과 대응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와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일련의 우려와 대응이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해 양국 관계자가 설전을 벌였다.

현지시간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처리 문제는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기조연설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일본 정부 고위 관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며 "원전 오염수 처리가 해양 방류로 결정될 경우, 전 지구적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국제 이슈이므로 IAEA와 회원국들의 공동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AEA가 후쿠시마 사고 처리에 있어 일본과 함께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온 것처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에도 동일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후쿠시마 오염수 공론화…"지구 해양환경에 영향" / 연합뉴스 (Yonhapnews)
문 차관은 "일본의 원자로 상태 및 오염수 현황에 대한 현장 조사와 환경 생태계에 대한 영향 평가 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추진해야 하며, 국제사회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만한 원전 오염수 처리 기준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IAEA의 방사선방호 기본원칙인 정당화 및 최적화에 합치하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국제사회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만한 원전 오염수 처리 기준과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차관은 "IAEA 헌장 제3조에 따르면 IAEA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도록 개인의 건강을 보호하고 생명이나 재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기준을 설정하고 개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과 안전, 환경 보호를 위한 일본 측의 실질적이고 투명한 조치와 행동"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 정부는 앞서 5일 IAEA에 서한을 보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경우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국제기구와 이해 당사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과기정통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외교부 등으로 구성된 한국 정부 대표단은 IAEA 사무총장 대행을 만나 이 기구의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 요청할 예정이다.

문 차관은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 외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언급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이런 우려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일본 과학기술담당상은 이날 문 차관에 앞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일본의 조처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거가 없는 비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등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규제를 유지하는 국가·지역이 있어 피해지역의 부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제공한 자료와 관련된 IAEA의 보고서를 토대로 국제사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본이 내년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과 방문객이 안전하게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한국을 포함해 21개국의 오후 연설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 차관의 기조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히키하라 다케시(引原毅) 빈 주재 국제기구대표부 일본대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일본은 이 문제와 관련해 IAEA와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NHK는 전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각각 두 차례 반론을 주고받으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미래 세대의 안전과 글로벌 환경 보호라는 측면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뿐 아니라 주변국과 해양 생태계와 관련한 문제이므로 일본이 관련 정보를 더 자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과 보건에 대한 기여를 촉진하기 위해 1956년 창립된 원자력 분야 국제기구로, 현재 17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IAEA에 특정 국가를 직접 규제할 권한은 없지만, 한국 정부는 이 기구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확산하고 공동 권고안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후 지하수 등이 흘러들면서 방사성 물질과 섞인 오염수가 계속 늘고 있다.

일본은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 등을 이용해 오염수를 처리하고 있으나 모든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지는 못하며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남아 있는 물이 원전 부지 내 대형 탱크에 보관돼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처리 후 보관 중인 오염수는 지난달 기준 115만t을 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