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때문에 전공을 바꿔야 했던 북한 물리학자가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저명한 국제연구소 회원이 됐다고 북한의 대외선전매체가 전했다.

'조선의 오늘'은 13일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의 정광혁 연구사가 지난 7월 20일 외국의 여러 학자의 추천을 받아 국제이론물리센터(ICTP) 회원이 됐다고 밝혔다.

ICTP는 개발도상국의 연구 지원을 주요 목적으로 1964년 이탈리아 정부, 유네스코와 국제원자력기구가 설립한 이론 물리, 수학 연구소로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 본부가 있다.

조선의 오늘에 따르면 정 연구사는 2014년 9월부터 센터에서 공부를 시작했으며, 1년 뒤 센터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이탈리아의 국제고등연구원(SISSA)에 입학했다.

그런데 조선의 오늘은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는 우리의 과학기술발전을 바라지 않는 적대세력들의 제재 책동으로 전공과목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전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정 연구사는 연구원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응집 물림새와 광학적 성질 등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해명, 그 성과로 지난해 10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 연구사가 전공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지난 3월 27일 기사를 보면 이해가 된다.

네이처는 김일성종합대학의 물리학자들이 국제고등연구원에서 전산신경과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두 기관이 교류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협약을 체결한 배경이 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2321호라고 설명했다.

2321호는 회원국들이 북한 국적자에게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을 교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물리학도 여기에 해당한다.

네이처는 결의 채택 당시 국제고등연구원에는 국제이론물리센터에서 석사를 마친 북한 학생 4명이 우주론을 공부하고 있었다면서, 학생들이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연구원이 이들의 전공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2017년 2월 27일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제재 이행 보고서에서 국제고등연구원에서 물리학 박사 프로그램을 수강하던 북한 학생 4명의 전공을 수학과 신경과학, 유전체학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정 연구사는 4명 중 한명으로 추정된다.

정 연구사의 박사논문 심사위원은 논문에 대해 "응축물질물리학에서 이용되는 방법들을 치매 연구에 적용함으로써 물과 같은 용매가 치매의 발병과 진행에 미치는 영향이 처음으로 밝혀졌다"며 "치매 연구에서 용매의 중요성이 해명됨으로써 치매의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고 조선의 오늘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