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공사 도중에 손을 꼭 잡고, 서로를 마주 본 채 나란히 누워있는 고대 로마 시대의 유골 2위가 약 1천5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죽어서까지 손을 맞잡고 상대를 응시하는 듯한 애틋한 모습에 '모데나의 연인'으로 명명된 이 유골들이 사실은 남자 2명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일간 라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로냐대학 연구진은 최신 유전자분석 기술을 활용해 유골의 치아 법랑질의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두 유골의 성별이 모두 남성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4∼6세기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의 유골은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그동안 성별이 규명되지 못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페데리코 룰리 연구원은 "그동안 발굴된 손을 잡은 형태의 고대 유골들은 전부 한쪽은 여자, 또 다른 쪽은 남자로 성별이 확인됐다"며 "남성과 남성으로 밝혀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세계 각지에서는 서로 손을 잡은 유골 2쌍이 발굴된 사례가 이따금 보고돼 왔다.
모데나와 멀지 않은 이탈리아 북부의 만토바 인근에서도 2007년 손을 잡은 6천 년 전 유골이 발굴돼 '발다로(Valdaro)의 연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또한, 그리스와 터키, 루마니아, 시베리아 등지에서도 비슷한 모습의 고대 유골들이 수습됐지만, 이들 모두 남자와 여자 조합이었다.
롤리 연구원은 "모데나에서 발굴된 유골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수수께끼"라면서도 "연령이 비슷해 아마 형제나 사촌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모데나의 연인'이 발굴된 장소는 고대 로마시대의 전장에 조성된 공동묘지였다며 "전투를 함께 치르다 전사한 전우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다면, 당시 사회 관습상 함께 매장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고대 로마의 장례 관습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